박지성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3차전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이 네쿠남에 대해 질문하자 “할 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네쿠남도 지난 16일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북한을 1대 0으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박지성에 대한 질문에 손사래만 치고 답변을 피했다.
두 선수의 이 같은 반응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엔 네쿠남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란 원정 경기였던 2009년 2월 네쿠남은 “한국이 엄청난 관중 속에서 지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박지성은 “천국에 갈지, 지옥에 갈지는 경기를 마친 뒤 알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한국이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같은해 6월 열린 이란과의 홈 경기에선 박지성이 먼저 공세를 취했다. 박지성이 “우리에게는 평가전 성격이 짙다지만 이란은 지옥에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하자 네쿠남은 “박지성보다 좋은 경기를 보여 주겠다”고 맞불을 놨다. 당시 한국과 이란은 두 경기에서 모두 1대 1로 비겼지만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로 지옥을 경험한 쪽은 이란이 됐다.
두 선수의 설전은 이번 아시안컵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1996년부터 다섯 대회 연속 8강에서 격돌하게 된 한국과 이란은 두 선수의 독설이 필요 없을 만큼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지난 2007년 대회까지 두 번씩 서로를 밀어내고 4강에 올랐던 두 팀은 오는 23일 오전 카타르스포츠클럽에서 다섯 번째 8강 승부를 벌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