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뮤지컬로 인생 2막 연 에반 “조니뎁 같은 배우되고파”

[쿠키人터뷰] 뮤지컬로 인생 2막 연 에반 “조니뎁 같은 배우되고파”

기사승인 2011-02-15 11:32:01

"[쿠키 연예] ‘그룹 클릭비’의 유호석이었다가 ‘솔로 가수’ 에반이 됐다. 여기에 하나 더 명함을 달았다. ‘뮤지컬 배우’ 에반으로. 줄곧 가수로 활약해 오다가 뮤지컬에 도전장을 내민 에반. 뮤지컬 무대는 그에게 색다른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상연 중인 뮤지컬 ‘올 댓 재즈’(All that Jazz)에서 화려한 댄서에서 처절한 슬픔을 간직한 안무가 ‘유태민’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데다 솔로 가수로 입지를 다져온 탓에 신인배우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뮤지컬 데뷔, 부담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뮤지컬 용어와 동선, 대본 보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초보라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했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내실도 채워넣어야 했다.

“첫 공연에 서기 전까지 혼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기를 처음 하는 거라 관객이 보시기에 어색해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고요. 지난 1999년부터 3년 동안 그룹 활동을 해왔지만 이후에는 줄곧 혼자였기 때문에 20~30명의 뮤지컬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고요. 특히 쟁쟁한 실력파 사이에서 잘할 줄 아는 게 없는 제가 잘 섞일 수 있을지가 가장 염려스러웠어요.”

두려움과 근심의 막에 싸여있던 그를 꺼내준 것은 ‘노래’다. 본업이 가수인데다 미성의 음색을 갖고 있어 어떤 무대에서도 빛이 나는 뮤지션이다. 이러한 강점을 뮤지컬 무대에서도 쏟아냈다. ‘올댓 재즈’ 중반쯤 과거의 연인 ‘서유라’(구민진, 전수미) PD와의 행복했던 지난 시간과 다가갈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부른 노래 ‘심장이 녹아버린다는 말’은 에반의 노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감미로우면서도 애절한 음색은 듣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린다.

“그나마 뮤지컬 무대가 친근하게 다가온 건 노래 때문인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르면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노래도 일종의 연기와 같거든요. 노래에 혼을 담아 부르며 캐릭터에 몰입하다보면 연기하기가 수월해지더라고요. 연기만 했다면 떨렸을 것 같은데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할 수 있어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의 세계에 그를 인도한 캐릭터는 ‘유태민’이다. 과거 총망 받던 댄서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브로드웨이에서 안무가로 전향한 인물.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릴 정도로 잘 나가는 세계적 안무가가 됐지만, 사랑하는 여인 ‘서유라’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에반이 ‘올 댓 재즈’에 끌리게 된 것도 뮤지컬 전반에 흐르는 ‘재즈’ 음악이 뉴스쿨대학교에서 전공한 재즈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재즈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재즈라는 소재에 대해 관심이 많이 갔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봤는데 재즈와 사랑을 묶은 내용이 이색적으로 다가왔고요.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 재즈 세계라서 호기심도 일었고요. 자신이 없었지만 재즈를 좋아하는 터라 흥겹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뮤지컬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게 된 계기는 마음의 여유로움을 갖고 나서부터다. 그룹에서 솔로 가수로 꾸준히 활동해 오면서 뒤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차츰 안정된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자신을 개발할 자극제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첫 걸음으로 뮤지컬을 택하게 됐다.

“뭔가 다른 분야에 대해 도전해봤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니까 뮤지컬 무대가 보이더라고요. 좋은 시나리오에 마음을 빼앗긴 것도 있고요.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는 처음 해봤는데요. 하다 보니까 연기에 대한 매력을 알겠더라고요. 드라마나 영화 분야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뮤지컬을 하면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한 에반. 그룹 클릭비 시절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 유학길을 떠나게 된 것도 무대 위에서 쏟아냈던 에너지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더 큰 무대로 도전하기 위한 비움의 작업으로 뮤지컬을 받아들이게 됐다.

“클릭비 시절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왜 갑자기 미국 유학을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때는 굉장히 허무한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걸 다 쏟아 붓고 난 뒤의 버틸 수 없는 허무함이랄까. 저만의 것을 채우고 싶은 열망이 컸죠. 뮤지컬 무대도 연기를 노래로 차근히 배우기 위한 거였고요. 배우의 길만 가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향의 길을 열어두고 있어요. 제가 하나를 시작하면 거기에만 매진해서 다른 곳을 보지 못하거든요. 이제는 시야를 열어두고 많은 것을 보고 싶어요(웃음).”



뮤지컬로 기초를 다진 뒤 연내 중으로 드라마와 영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계획이다. 에반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클릭비로 활동할 때에도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 물었을 때 ‘색깔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말을 주로 했는데요. 배우로 변신을 해도 데뷔 초 가졌던 마음과 똑같은 대답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연기자의 길을 가게 된다면 색깔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누가 봐도 연기자의 냄새가 났으면 좋겠고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가 조니 뎁인데요. 어떤 캐릭터가 주어져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마는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실력도 외모도 조니 뎁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목표는 크게 잡으면 잡을수록 좋은 거잖아요.(웃음) 조니 뎁처럼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올 댓 재즈’ 속 에반의 모습을 보면 ‘리틀 조니 뎁’으로 성장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에반의 색다른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면 서울 이태원동 용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오는 27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에반을 만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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