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 비리로 구속된 조합장 C씨(71)가 도박현장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조합 관계자를 청부살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고양시 식사동 일대 100만㎡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속된 C씨가 시행사와 폐기물처리업체로부터 받은 수 십 억원으로 인근에 군부대가 위치하고 있는데도 20층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편법허가 받는 등 로비를 벌인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이 같은 사실이 불거져 문제의 재개발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조직폭력배 출신인 전모(44)씨는 “C씨가 (나에게) 사람을 죽이라고 시킨 일이 있다”며 “돈의 유혹에 사람을 죽이려 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 접수했다.

전씨는 고발장을 통해 “식사지구 조합사무실에서 벌어진 수 억 원대의 도박판에서 거액을 잃은 L씨가 도박현장을 몰래 고발하는 바람에 C씨가 형사입건돼 재판에 회부된 일이 있었다”며 “이 일로 화가 난 C씨가 ‘쥐도 새도 모르게 L씨를 죽여 버려라’고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전씨는 4개월간 추적해 오피스텔에 숨어살던 L씨를 찾아내 20여 분간 무차별 폭행했고, L씨가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쉬지 않자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C씨의 사위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L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지만 숨을 쉬지 않고 참으며 죽은 시늉을 해서 위기를 넘겼다. L씨는 병원에 후송돼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전씨는 C씨의 지시대로 다른 사람이 교사한 것처럼 속이려 했지만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돼 폭력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물었다. 그 대신 C씨의 사위에게 형식적으로 차용증을 써주고 성공 사례금 5000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당시 단순 폭력사건으로 처리됐기 때문에 그대로 묻힐 뻔했지만 남이 시키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던 전씨가 뒤늦게 자신의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당시 도박판에서 주고받은 판돈의 출처를 비롯해 재개발조합을 둘러싼 갖가지 비리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