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행동요령’ 따라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방사능 행동요령’ 따라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1-03-14 18:33:00
[쿠키 사회] 과학의 예측 범위를 넘어선 자연현상을 이변이라고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해 자연현상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을 완벽히 예측할 수 없기에 항상 이변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번 대지진은 일본의 지진 관측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다. 완벽한 내진 설계로 안전성을 자랑하던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는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 8.8의 강력한 지진 앞에선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국 정부는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 지대에 한반도가 위치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이 한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확언했다. 현재로선 한국 정부의 관측에 과학적 타당성이 실렸지만 이변이란 항상 인간의 예측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만약 한국에서 대규모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나거나 중국에서 원자력 사고가 일어난다면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무엇보다 피해야 할 일이 외부 노출이다. 공기 중으로는 방사능 낙진이 퍼져 호흡기와 피부를 위협한다. 방사선 노출도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사능 낙진시 행동요령’과 소방방재청의 ‘화생방 사고 국민행동요령’은 모두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실내에 머물라고 권고하고 있다.

방사선 피폭을 줄이기 위해선 콘크리트 건물 지하 또는 건물의 중앙으로 대피해야 한다. 창문 밖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란색 수건 또는 옷을 걸어놓는다. 오염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문과 창문 틈을 테이프 등으로 막고 에어컨과 환풍기는 반드시 꺼야 한다.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이면서 방재 당국의 권고에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가 학교에 있을 경우 학교에서 집단으로 옥내대피 또는 이동시키므로 학교로 찾아갈 필요가 없다.

낙진이 떨어지면 우산 또는 우의로 몸을 가려 낙진을 맞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이 확인된 음식과 음료 이외에는 섭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동요령 중 모호하고 현실과 맞지 않아 과연 실제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내용도 적지 않다. ‘우물이나 장독은 뚜껑을 덮는다’ ‘야채 과일 등 채소류는 잘 씻어 먹는다’는 대목이다. ‘대용으로 공급된 음식물 또는 오염검사 후 허용된 음식물 외에는 섭취하지 않는다’는 항목과 모순일 뿐 아니라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는 마당에 무슨 물로 채소를 씻을 수 있다는 말인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행동요령이 원전 주변의 소규모 누출 사태를 상정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국적인 방사능 오염 상황과는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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