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대본 던졌다” 작가VS배우 폭로전, 왜 가열됐냐?

[Ki-Z issue] “대본 던졌다” 작가VS배우 폭로전, 왜 가열됐냐?

기사승인 2011-04-02 12:59:01

[쿠키 연예]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에 출연했던 배우 조민기와 작가 정하연의 날 선 공방이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다.

사건은 조민기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 배우들에게 대본을 던졌다. 배우들이 제대로 못한다고 했다. (우리) 봐주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자기가 쓴 대본 내용을 기억 못하는 자의 작가정신에 화를 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포기했다”는 글을 올려 정 작가를 비난했다.

이 글은 작성 당시에는 별 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의 위력은 며칠 뒤에 폭발했다. 조민기가 올린 글이 지난달 30일 언론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정 작가는 분노를 참지 못했고, 조민기에게 즉각 항의했다. 그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공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고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렇지만 조민기는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근데 그는 그가 엄청 최고인가 보다”며 “(정 작가는 나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는데 나는 영혼이 훼손됐다. 아버지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 교만하지 않았다”고 대항했다.

양쪽 다 팽팽하게 대립했다.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번졌다. 그러다가 조민기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지난 1일 오전 공개 사과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정 작가도 조민기의 사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논란은 일단락됐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돌변했던 조민기와 정하연. 배우와 작가의 날선 대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대물’도 내홍을 겪었다. 방송 초반 작가와 PD 교체라는 극단적 상황에 몰리면서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 이수경 등 출연배우들이 마음고생을 했다. 이 중 고현정은 이를 묵인하지 않았다. 2010 SBS 연기대상에서 ‘대물’로 대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작가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저희가 일을 하면서 욕을 많이 했던 작가. 당신이 미워서 욕을 했겠냐. 초반에 시청자가 많이 기대했는데 그것만큼 나오지 못해 속상해서 그랬다”며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때 “잘 만들어보자”며 한솥밥을 먹었던 배우와 작가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대립하게 됐을까. 조민기와 고현정의 사례를 통해 볼 때 배우와 작가의 대립은 열악한 촬영 환경에 따른 쪽대본이 남발되면서 불거졌다.

작가와 배우의 갈등은 2000년대 초반 이후부터 잦아졌다. 50억 이상의 제작비를 들이는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안방극장에 상륙하면서 제작사와 방송사 간에 알력이 생겼다. 제작사는 투자사로부터 막대한 지원비를 받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톱 배우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몸값이 높은 배우들을 섭외하다보니 촬영, 편집, 장소 섭외 비용 등 다른 부분에 활용되는 편당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적은 제작비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 촬영할 수밖에 없고, 대본도 수정됐다. 이처럼 완성도 떨어지는 대본이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되면서 작가와 배우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대부분 시청률 사냥에 실패하면서 제작사는 일단 편성부터 잡고 본다. 무조건 방송만 들어가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대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일쑤다.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된다. 쪽대본이 남발하는 건 당연지사다.

시청률 지상주의도 한몫 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익이 나야 한다. 드라마 수익은 주로 광고, O.S.T, DVD, 해외 수출 판권 등에서 나온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는 시청률에 따라 요동이 심하다. 따라서 제작사는 광고주의 마음을 잡기 위해 시청자의 입맛을 당기는 가장 자극적인 ‘막장’ 코드를 애용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작가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쪽대본과 막장 코드에 지치면서 서로에게 날을 세우는 것이다.

제작사와 방송사에 쫓기는 작가. 쪽대본과 토막잠에 시달리는 배우. 사전 제작 드라마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국내 시장에서 이 둘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