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못나눠요” 융통성 ‘제로’ 日 피난소에 비난 봇물

“있어도 못나눠요” 융통성 ‘제로’ 日 피난소에 비난 봇물

기사승인 2011-04-21 13:37:00
[쿠키 지구촌] “피난민은 120명인데 보급품이 100개가 있다면? 피난소에서는 아예 나눠주지 않더라. 이건 뭔가 잘못됐다.”

한 일본인이 피난민 대피소의 비효율적인 업무 행태를 지적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쿠도 다카히로씨는 20일 저녁 자동차전문 매체 ‘리스폰스’에 올린 르포에서 차량 봉사 중 자신이 마주한 피난소 지침에 문제점이 많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센다이 지역의 대피소에서 벌어지는 ‘지나친 평등’ 이 오히려 피난민을 피폐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적었다. 일부 지자체는 평등 원칙을 내세워 인원 대비 물량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배급을 하지 않는다. 그는 “예를 들어 120명이 있는 대피소에 100개의 컵라면이 있다 해도 피난소에서는 컵라면을 1개도 배분하지 않는다”며 “받지 못한 사람이 불만을 제기할까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별로 곤란한 상황을 들어주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한 피난소 관리자의 말을 전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보급품이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역설했다.

비교적 피해가 작은 지역으로 집중되는 봉사 행렬 때문에 ‘자원 봉사자 체증’ 도 생겼다고 걱정했다. 최근 센다이 시내에는 아침, 저녁으로 교통 체증이 이전보다 심해졌다. 응원부대와 자원봉사자 방문 때문이다. 그는 “평일 도로조차 극심한 교통정체에 몸살을 앓고 있다”며 비교적 피해가 작고 일상으로 회복되고 있는 센다이로 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쏠림 현상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봉사자가 목도한 대피소 현실에 네티즌들은 공감을 나타냈다. 많은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해당 기사를 퍼 나르고 있다. 노약자를 먼저 배려하거나 가족단위 피난민에게 인원수보다 적은 양으로 나눠주는 등 다양한 분배 방식이 가능하지만 혹시 나올 ‘비난 여론’을 걱정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비상시에 평등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라면이 100개 밖에 없다고 공표하면 나중에 먹겠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고, 이후에 물량이 확보되면 못 받은 사람부터 나눠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관리 방식은 분명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만약 상하는 음식이라고 하면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음식이 상해 아예 쓸 수 없게 된다”며 “한신 대지진 때도 배급을 하지 못해 음식이 썩어갔다고 하는데, 당시 교훈도 지혜도 사라졌는가”라고 한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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