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최근 50부로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웃어요 엄마’는 비약적 스토리 전개와 비현실적 캐릭터로 막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극 중 20년의 세월을 극복한 사제 커플 ‘이강소’(서준영)와 ‘윤미주’(지수원)의 애틋한 사랑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깊고 진한 사랑만큼이나 배우로서 한 단계 성숙했다는 서준영(25)을 최근 만났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성격이 모난 사람이 없어 서로 가족처럼 의지하면서 끈끈한 정을 나눴거든요. 마지막 방송을 기념하며 회식하는 날에도 다들 헤어짐이 아쉬워하면서 눈물을 흘렸죠. 시청률이 돋보였던 인기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던 드라마예요. 전 현실에서 한 번 해볼까 말까 하는 특별한 사랑을 해봐서 기억에 많이 남고요. 깊은 사랑 덕분인 지 ‘어른스러워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요(웃음).”
서준영이 말하는 특별한 사랑은 세월과 아픔을 뛰어넘는 진실한 사랑이었다. ‘이강소’가 사랑한 여자 ‘윤민주’는 연상인데다 치매까지 앓고 있는 병약한 여자였다. 두 사람은 여러 번의 고비를 겪었지만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을 완성했다. 남자 서준영에게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정말 누가 봐도 지고지순하고 해바라기 같은 사랑인 것 같아요. 촬영하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질 정도로 애틋했고 아련했죠. 제 생각에는 ‘강소’만큼 ‘민주’에게 잘하는 남자는 없을 것 같아요(웃음). 만약 제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실제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참 한결 같은 남자거든요(웃음). 물론 스물다섯 살과 마흔다섯 살의 사랑은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오해 섞인 시선을 받기 마련이지만 진심 어린 사랑이라면 세상의 시선은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서준영은 당초 25회에서 하차할 예정이었다. ‘이강소’가 ‘윤미주’와의 사랑에 실패하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도록 설정돼 있었다. 서준영도 캐스팅 단계부터 중도 하차를 고려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때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이강소’와 ‘윤미주’의 사랑을 이어달라는 시청자의 청원이 봇물을 이루면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끝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시청자가 살려주신 캐릭터죠(웃음). 중도 하차하는 캐릭터라서 그런지 포스터 촬영도 안 했거든요. 그러다가 6회 촬영할 때 감독님이 부르더니 ‘준영아 끝까지 준비해라’ 하더라고요. 정말 시청자 덕분에 50회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 연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기쁠 따름입니다.”
중도 하차하는 역할이었음에도 캐릭터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서준영. 출연 여부를 두고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캐릭터란다. 역할의 크기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004년 조은의 뮤직비디오 ‘슬픈 연가’로 데뷔한 후 7년 동안 쉬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30여 편을 소화했던 이력을 봐도 알 수 있다.
“캐릭터가 탄탄하고 매력적이면 무조건 출연했어요. 좋은 캐릭터를 찾느라 오디션도 숱하게 보러 다녔고요. 그렇게 드라마와 영화 촬영하면서 7년을 보냈죠.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쉬어본 날이 없어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제 나이에 비해서는 조금 많은 작품을 소화했어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한 게 벌써 30여 편이 넘더라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고 싶어요.”
왕성한 연기 열정은 스크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과 제35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 FIPRESCI상을 수상한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에서 주연배우 ‘동윤’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파수꾼’은 서로의 보호막이 돼 줬던 세 명의 고등학생이 급변하게 된 이야기를 다룬다. 5000만원이라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1만8000여(영화진흥위원회 2일 기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선전 중이다.
어떤 캐릭터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과 자신감을 갖춘 서준영. 스물다섯 살의 어린 그에게 삶의 종착역은 ‘배우’로 살다 죽는 것이다.
“어디로 튈 지 뻔히 알만한 축구공 같은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럭비공처럼 변수를 많이 갖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입고 벗으면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배우요. 생의 마지막 날은 촬영장에서 마감하고 싶어요. 그날까지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배우가 될래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