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선 자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송지선 자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기사승인 2011-05-23 20:32:01

[쿠키 연예] 송지선 아나운서가 23일 오후 거주 중이던 서울 서초동 고층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려 꽃다운 서른 살의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트위터에 남긴 글이 사건의 시작점이자 촉매제가 됐고,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결국 그는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인은 불과 몇 주 전까지 케이블채널 MBC 스포츠플러스에서 ‘베이스볼 투나잇 야’의 진행자로서 하루 동안 발생한 야구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던 방송인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생기 넘치는 표정, 발랄한 진행으로 다수의 팬을 거느려 ‘미녀 방송인’으로 인기를 모았던 그이기에 자살 소식은 상당수의 대중을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있다.

어쩌다 이 같은 참극을 맞게 됐을까. 출발은 지난 7일 새벽 송지선이 자신의 트위터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면서 시작됐다. 예사롭지 않게 여긴 한 팔로어의 신고로 119구조대가 현장에 급파됐고, 송 아나운서는 바깥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모른 채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어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까지 받으면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 전 미니홈피에 남긴 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글에는 두산 베어스의 간판 투수였던 임태훈 선수(23)와의 관계를 폭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에 상당수의 팔로어와 누리꾼은 송 아나운서의 자살소동이 임 선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하며 임 선수를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 송 아나운서는 사태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번지자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나 의혹만 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틀 뒤 전 남자친구였던 그룹 소울다이브의 멤버 디테오(본명 이성수)와 트위터 상에서 얽히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벽에 터진 자살소동, 임 선수 및 전 남친과의 스캔들로 인해 송 아나운서는 MBC 스포츠플러스 측으로부터 ‘베이스볼 투나잇 야’ 하차를 통보 받았고, 23일 이번 사태에 대한 사측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죽음을 택하며 스스로 문제를 봉합했다.

물론 모든 논란의 출발은 송지선 아나운서의 손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도 있다. 공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며 트위터에 의혹을 키우는 글을 올린 게 화근이 됐다. ‘내가 한 말이 무슨 큰 일이 될까’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나 하겠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소셜 네트워크의 거대한 위력에 의해 증폭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송 아나운서는 상황이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번지자 죽기 전날인 2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태훈 선수와 1년 6개월 동안 열애 중이라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시원하게 밝힐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임 선수와 두산 구단 측은 “사실과 다르다.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다”며 열애설을 전면 부인했다.

임 선수는 공교롭게도 송 아나운서와 스캔들이 터진 뒤 그간의 부진을 이유로 2군으로 밀려났던 터라 이처럼 선을 긋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다투는 야구 선수의 인생에 있어 사생활은 일종의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물론 송지선 아나운서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운운한 것이라면 임 선수도 피해자다.

송지선은 이미 지난 7일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폭탄처럼 아슬아슬한 심정임을 내비친 바 있다. 전 남자친구이든 현 남자친구로 지목된 이든 아니면 우리든, 트위터와 댓글에 의해 난도질당해 심적 위기에 몰린 송지선을 한번쯤은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지 않았을까. 결과론적인 후회지만 말이다.

대중은 현재 “어떠한 이유에서든 송지선을 ‘남’으로 치부한 임태훈 선수의 냉정한 태도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임 선수의 열애 부인 직후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상대는 아니라는데, 혼자서 “열애 중”이라고 밝힌 꼴이 된 송 아나운서, 한 인간으로서 또 여자로서 씻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것은 아닐까. 송 아나운서의 인터뷰 기사 하단에 ‘역시 송 아나운서의 거짓말이었다’ ‘임태훈 선수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게 아니냐’는 무시무시한 댓글을 무차별적으로 쏟아 부은 우리도 가해자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인터넷 상에서,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돌팔매를 맞은 고인.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알지 못했던 것인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송지선 아나운서의 빈소는 현재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방송인이자 한 여자로서 못 다 핀 생을 뒤로 한 그 앞에 꽃을 바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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