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커피왕’ 강훈의 반란…그는 왜 망고를 선택했을까

[쿠키人터뷰] ‘커피왕’ 강훈의 반란…그는 왜 망고를 선택했을까

기사승인 2011-05-27 15:24:01

"[쿠키 문화]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던 남자였다. 신세계에서 정보전달시스템을 다루는 태스크 포스팀 소속이었다가 미국의 ‘스타벅스’(Starbucks)를 국내에 개설하는 팀에 발령 나면서 커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1997년이었다. 오랜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토종 커피 브랜드 ‘할리스’(Hollys)와 ‘카페 베네’(Cafe bene)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커피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망고식스’(Mangosix) 강훈(43) 대표의 이야기다.

‘할리스’ ‘카페 베네’ 그리고 ‘망고식스’로 이어지는 강 대표의 사업 노하우는 최근 발간한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카페 카페베네 이야기’(다산북스)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발 빠른 추진력과 차별화 된 전략으로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강 대표.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이미 성공이 보장된 ‘카페 베네’는 더 이상 그의 구미를 자극하지 못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카페 베네’ 고위 간부직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10여 년간 커피 사업에 몸 담그면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2개월 만에 ‘망고식스’를 개업했다.

“커피숍을 했던 친구와 동업해 차린 ‘할리스’는 가게 디자인부터 매장을 열기까지 단 20일이 걸렀죠. 그때와 비교하면 ‘망고식스’ 런칭은 조금 여유가 있었네요(웃음). 물론 브랜드를 만들고 전략을 짜는 작업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세부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실행에 옮겨야 하죠. 전 ‘망고식스’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었고,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빨리 보여 드리고 싶었기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자신 있게 내놓은 ‘망고식스’는 열대 과일인 망고주스를 기본으로 하는 디저트 카페다. 주스 외에도 커피, 망고 케이크, 망고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메뉴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사실 망고는 국내에서 즐겨 먹기 어려운 과일 중 하나다. 원가가 높은 편이라 사업에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훈 대표는 왜 망고를 선택했을까.

“예전에 홍콩에 놀러 갔다가 망고주스 전문점을 보고 ‘앗! 이거다’ 했어요. 칼로리가 높지 않지만 포만감이 커 한 끼 식사대용으로도 적당하고, 바쁜 현대인에게 좋은 건강 주스가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흔하지 않은 과일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게 ‘망고식스’만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다른 과일과 비교해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양질의 음료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마진을 최소화했습니다. 원두도 다른 커피숍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보다 1.5배 비싼 단가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고요. 고품질의 재료는 고객이 먼저 알아보는 법입니다. 좋은 제품일수록 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더라고요.”



‘미다스 손이 이번엔 망고에 손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업계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아무리 커피왕이라 해도 이번 사업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망고라는 과일이 국내 소비자에게 가깝게 다가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컸기 때문이다. 세간의 우려 속에 ‘망고식스’ 1호점이 서울 압구정동에 탄생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첫 달 순이익이 1500만 원을 돌파했고, 두 달 만에 서울 홍대·청담에 체인점 계약을 체결했다. 다음달에는 부산, 창원, 분당, 대구 4군데에 문을 연다.

국내 시장만 반응이 뜨거운 게 아니다. 압구정 1호점이 개장하기 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중국의 중신궈안 그룹과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만간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지방 5군데에 ‘망고식스’ 매장이 열릴 예정이다.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이를 발판삼아 세계로 뻗어나갈 계획도 세워 놓지 않았을까. 하지만 강 대표는 서두르지 않겠단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돌입한 뒤 중국시장 확대와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관계자들은 하루 빨리 매장을 내달라고 성화예요. 저도 여건이 되면 최대한 서두르고 싶죠.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해야 해요. 섣부르게 손을 댔다가는 국내 매장마저도 위기에 몰릴 수 있거든요. 국내 매장도 철저하게 관리하려고요. 절대로 매장을 300개 이상 만들지 않을 계획입니다. 너무 많은 매장이 생기다 보면 관리가 어려워지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거든요. 국내 시장부터 확실히 자리를 잡은 뒤 세계 시장에 전투적으로 뛰어들 겁니다.”

강 대표는 ‘망고식스’의 초기 성장 속도가 ‘카페 베네’보다 빠르다는 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카페 베네’는 현재 전국에 580여 개의 매장이 있으며, 올해 매출이 2000억 원을 바라볼 정도의 거대 브랜드이다. 국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던 ‘스타벅스’를 3년 만에 누른 이력도 화려하다. 때문에 강 대표는 ‘망고식스’의 초기 성장세가 ‘카페 베네’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향후 사업에 대한 ‘핑크빛 전망’으로 인식하고 있다.

“요즘 ‘카페 베네’ 성장이 빠르다고들 하잖아요. 올해 안으로 매장 800개를 만든다는 계획도 들리고요. 그런데 제가 3년 전 ‘카페 베네’를 처음 운용할 당시 6개월 동안 체인점을 1개밖에 못 열었거든요. 업계 반응도 좋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런 초반 성장 속도와 비교하면 ‘망고식스’는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벌써 10개의 매장이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니까요. 업계에서도 빠른 성장 속도에 놀라는 분위깁니다. 저도 6개월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줄 몰랐습니다. 고품질의 음료와 서비스가 고객을 감동시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목표는 ‘카페 베네’를 뛰어넘는 것일까. 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강 대표는 ‘망고식스’를 국내 브랜드가 아닌 세계적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망고라는 과일이 전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다는데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뛰어 넘는 세계적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로 만들 계획입니다. 그간의 사업 노하우와 직원들의 노력을 믿기에 조만간 세계 곳곳에 ‘망고식스’의 노란주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넘칠 거라고 자신합니다. ‘스타벅스’의 초록 물결이 전 세계를 덮은 것처럼 ‘망고식스’의 노란 물결이 넘실대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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