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故송지선 아나운서의 사건으로 본 SNS의 두 얼굴

[Ki-Z issue] 故송지선 아나운서의 사건으로 본 SNS의 두 얼굴

기사승인 2011-05-28 15:36:01

[쿠키 연예] 햇살이 유난히 포근했던 5월,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MBC 스포츠플러스의 송지선 아나운서가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투신자살한 것이다. 특히 송 아나운서의 투신자살 소식이 알려진 23일 오후 배우 기태영과 S.E.S 출신 유진이 결혼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던 터라 연예계에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송 아나운서의 투신자살이 연예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눈길을 받고 있는 이유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트위터, 미니홈피,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연루된 연예인 최초의 자살이라는 점이다.

송 아나운서는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를 데려가주실 수 없다면 힘을 주세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수면제 3알째”라고 올린 뒤 “하느님, 나를 도와주세요. 뛰어내리려니 무섭고 목을 매니 아파요. 비 오는 창밖을 향해 작별인사 했어요. 이제 그만 편안하게 해 주세요”라는 글로 자살을 암시해 파문을 몰고 왔다.

이 글은 새벽 4시에 남겼음에도 트위터라는 미디어 성격상 삽시간에 1만여 명이 넘는 팔로어에게 곧바로 전파됐다. 이후 연쇄적으로 퍼지면서 언론 기사로 노출됐고, 당시 고인은 ‘새벽에 자살 소동을 벌인 신중하지 못한 아나운서’라는 오명을 얻으며 궁지에 몰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송 아나운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고, 트위터에 자살 암시 글을 올리기 2시간 전에 미니홈피에 남겨진 두산 베어스 임태훈 선수와의 스캔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임 선수와의 스캔들은 일파만파 번져 나갔다.

이에 대해 생전의 고인은 미니홈피의 해킹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신도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임 선수에 대한 비난 여론도 진정시키려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나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간 글들은 쉽사리 통제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 선수와 1년 6개월 정도 열애했다”는 송 아나운서의 용기 있는 고백은 임 선수의 전면 부인으로 ‘거짓말’이 돼 버렸다. 그리고 자살 소동은 16일 만에 실화가 됐다.

우리는 송 아나운서 사건을 통해 SNS에 두 얼굴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기 전 스타와 팬은 공식 행사나 팬 미팅을 통해서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SNS의 등장으로 스타와 팬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활한 소통이 용이해졌다. 송 아나운서 역시 SNS를 통해 팬들과의 교감을 시도했고,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하루일과를 공개하며 친근한 아나운서의 이미지로 다가섰고, 소소한 일상과 고민을 털어놓으며 여자 송지선의 모습도 과감히 드러냈다. 아프거나 슬플 때 가장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네준 이도 SNS를 통해 인연을 맺은 팬들이었다. 자살 암시 글을 걱정으로 받아들여 119에 신고해 준 것도 SNS였다. 하지만 개념 없이 던져진 악성 댓글과 무의식적이라고 할 만큼 재빠른 기계적 행동으로 옮겨진 리트윗은 자살이라는 극단의 결심을 부추겼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송 아나운서는 진정 자살을 알리려 글을 남겼던 것일까. 험난하고 외로운 방송인의 길에서 팬들의 따뜻한 글을 등불 삼아 한 발짝 전진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것이다. ‘내가 남긴 글이 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겠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글을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에 남긴 글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그의 아픈 가슴에 박히고 말았다.

SNS에 남긴 글로 구설수에 올랐던 연예인들뿐 아니라 SNS를 이용하는 많은 이들이 SNS에 돋은 ‘양날의 검’에 한번쯤 웃고, 울었을 것이다. 모든 일에 긍정적 측면만 있을 수는 없다. 또 인터넷이 그러했듯 도입 초기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지니는 선정성은 파괴적이다. 그 칼날을 세우거나 무디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누리꾼 대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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