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최고의 사랑’ 이희진 “윤은혜 생각하면서 버텼다”

[쿠키人터뷰] ‘최고의 사랑’ 이희진 “윤은혜 생각하면서 버텼다”

기사승인 2011-06-02 08:50:01

"“베이비복스 추억 꺼내며 연기, 행복해요”
“공효진의 응원 한마디에 자신감 생겨”

[쿠키 연예] 데뷔 14년. 소녀에서 숙녀가 됐고 가수에서 연기자가 됐다. 1990년대 후반 여전사로 가요계를 장악했던 걸 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이희진(31). 그가 다시 걸 그룹 명함을 달았다. 수목드라마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MBC ‘최고의 사랑’에서다. 이희진은 4인조 걸 그룹 국보소녀의 맏언니 제니 역을 맡아 때로는 한물간 스타 구애정(공효진)의 든든한 후원자로 때로는 사랑을 이어 주는 큐피드로 활약하고 있다. 조연이지만 자연스러운 연기와 변신은 기대 이상이다.

이희진과의 인터뷰는 1일 밤 전화 통화로 진행됐다. 촬영 강행군이 짐작될 정도로 가녀리고 힘없는 목소리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최고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가 넘쳤다. 오디션을 거쳐 따낸 배역이기에 ‘최고의 사랑’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특히 평소 좋아했던 배우 차승원과 한 작품에서 연기하게 돼 즐겁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수를 많이 해서 ‘아, 떨어졌구나’ 생각했어요. 저 말고도 많은 배우들이 이 역할에 매달렸다는 소식을 듣고 더 좌절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있다가 합격 소식을 들었기에 정말 기뻤어요. 아직까지도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게 맞나’ 의심될 정도로 신기하고 행복합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라 반가웠어요. 특히 차승원 선배는 매 작품 챙겨 볼 정도로 팬이에요. 의기양양한 독고진이 꼬리를 내리고 따뜻한 눈빛으로 구애정을 바라볼 땐 저도 막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아 내가 구애정이었으면…’ 하는 상상도 해 봤고요(웃음).”

제니 역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에 대해 이희진은 “베이비복스 이력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드라마 출연 경험이 많지 않은 저에게 제니 역할을 주신 건 현실감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제작진의 판단이셨겠죠. 제니가 걸 그룹 출신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베이비복스 시절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녹여 주길 바라셨을 거고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연기하고 있는데 시청자 분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행복감만 있는 건 아니다. 드라마 속 걸 그룹의 모습들이 현실과 동일시될까 걱정하는 마음도 크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빚어진 걸 그룹 멤버 간 시기와 질투가 마치 현실에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다. 이희진은 특히, 국보소녀 막내인 강세리(유인나)가 구애정을 질투해 약을 탄 커피를 건네고, 대신 마신 한미나(배슬기)가 쓰러지면서 결국 팀 해체에 이른 부분은 드라마 설정임을 강조했다.

“베이비복스, 핑클, S.E.S 등 1990년대 후반 걸 그룹의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살짝 조심스러웠어요. 걸 그룹의 이미지가 행여나 왜곡돼 그려질까 봐 걱정됐거든요. 물론 인기를 얻으려고 서로를 의식하고 시기하게 되죠. 저도 베이비복스 시절 ‘어떻게 하면 더 예뻐 보일까’ 고민했던 날이 많았고요. 하지만 서로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생명을 위협하진 않거든요. 다른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희진은 요즘 제니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베이비복스 시절을 자주 떠올리게 돼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1999년 KBS ‘뮤직뱅크’에서 노래 ‘겟업’(Get up)으로 첫 1위를 했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단다. “누군가로부터 국보소녀 CD랑 네잎클로버를 받는 장면(지난 12일 방송분)이랑 국보소녀 해체 기자회견을 촬영할 때 멤버들 생각이 많이 났어요. 특히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벅찼고요. 다시는 무대에 서지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막상 무대에 올라 보니 베이비복스로 첫 1위를 했던 그날이 떠오르더라고요.”



국보소녀의 방송 출연 장면을 찍자마자 베이비복스 멤버들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이희진. ‘최고의 사랑’이 베이비복스 멤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이지랑 형부는 ‘최고의 사랑’ 광팬이에요. 형부는 독고진의 말투를 따라할 정도로 좋아하고요. 이지랑 저는 차승원 선배의 팬이라 독고진에 열광하고 있어요. (간)미연이는 모니터링을 해 줘요, 조언도 아끼지 않고요. (윤)은혜도 요즘 SBS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 촬영이 한창인데 ‘힘내, 수고해’ 문자로 챙겨 줬고요. 다들 많이 응원해 줘서 힘든 줄 모르고 촬영하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연기를 배웠기에 다소 과장된 몸짓이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방황하던 그를 잡아준 건 공효진 그리고 윤은혜였다.

“제 연기가 억지스럽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극중에서 유일하게 통통 튀고 목소리도 고음이라 방방 뜨는 연기가 많거든요. 근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공)효진 씨가 ‘언니 정말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전혀 튀지 않으니 걱정 마시고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해 주는데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임하게 됐죠.”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를 하니 (윤)은혜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은혜가 연기를 처음 한 게 저보다 한참 어렸을 때잖아요. ‘어떻게 그걸 다 해냈을까’ 생각하니 참 대견스러워 보이더라고요. 방황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극 초반 은혜를 생각하면서 버텼습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탤런트 이희진’,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 이희진’으로 불리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턱과 볼 살이 튀어 나와 어색하게 보이지만 연기만큼은 자연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제 미운 외모도 시청자 눈에는 예쁘게 보일 때까지 좋은 연기를 보여 드리고 싶어요. 단 한마디를 해도 마음을 움직이는 연기, 그게 배우로서의 제 목표예요.”

‘최고의 사랑’이 워낙 화제인지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구애정은 독고진과 윤필주 중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저도 정말 궁금해요(웃음). 제작진이 단 한마디의 힌트도 주지 않으시거든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끝까지 가 봐야 알 것 같아요. 다만 애정이에게 ‘널 사랑해 주고 아껴 주는 사람에게 가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상처 받는 사랑, 그거 가슴 아프잖아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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