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효력·편의’ 모두 잡았다…장기 지속형 약물 기술 주목

치료 ‘효력·편의’ 모두 잡았다…장기 지속형 약물 기술 주목

당뇨·비만·성조숙증·조현병 등 다양한 질환 적용
펩트론, ‘스마트데포’ 적용 ‘루프원’ 올 하반기 출시
지투지바이오, ‘이노램프’로 기술특례 상장 추진
HLB제약, ‘SMEB 기술’ 기반 파이프라인 개발

기사승인 2025-07-31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만성질환, 암, 정신질환 등 오랜 시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에서 ‘복약 순응도’는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환자가 약 복용을 잊거나 중단할 경우 치료 효과는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장기 지속형 약물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한 번의 투여로 수주에서 수개월 간 약효가 지속돼 복약 편의성과 치료 지속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바이오벤처와 제약사들의 개발·적용 움직임이 활발하다.

3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당뇨, 비만, 성조숙증, 조현병 등 다양한 질환의 장기 지속형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보통 약물은 체내 반감기(약물의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아 자주 투여해야 한다. 깜빡하고 약 복용을 잊거나 중단할 경우 병이 악화될 수 있다.

반면 장기 지속형 약물 플랫폼을 적용한 약은 투여 기간을 늘려 환자의 부담은 줄이고, 약효는 오래 지속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환자가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를 줄여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장기 지속형 약물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의약품 사례로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꼽힌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당뇨·비만 치료제로 개발된 두 의약품은 주 1회 투여로 체중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두 의약품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장기 지속형 약물 플랫폼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국내 바이오텍들이 보유한 플랫폼으로 의약품이 개발되거나 기술이전 되는 등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펩트론의 경우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장기 지속형 치료제 플랫폼인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적용해 개발한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 및 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류프로렐린아세트산염)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루프원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린’의 제네릭(복제약)이다. 펩트론은 올 하반기 중 국내에 루프원을 출시할 예정으로, LG화학이 독점 판매를 맡는다.

스마트데포는 약물을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하도록 해 약효를 지속시키는 기술로, 약효 지속 시간을 1주부터 6개월까지 조절할 수 있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펩타이드 약물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는 공동 연구 및 기술평가 계약도 체결하며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엔 신공장 건설 등에 드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펩트론은 2026년까지 650억원을 투입해 신공장을 세우고, 1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제인 ‘PT403’의 임상 3상용 의약품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알츠하이머, 수술 후 통증 등의 지속형 치료제를 개발하는 지투지바이오는 올 1월에 이어 지난 14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장기 지속형 치료제 플랫폼 ‘이노램프(InnoLAMP)’를 활용한 주사제 개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이노램프를 기반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장기 지속형 약물 플랫폼 기술은 주사제뿐만 아니라 경구제, 패치 등 다양한 제형으로 확장 가능해 제약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삼익제약은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기업공개(IPO) 준비에 들어갔다. 삼익제약은 약물 방출 제어가 가능한 ‘장기 지속형 미립구 제조법’을 특허로 등록해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HLB제약은 2003년부터 종근당에서 합성연구실장과 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강성권 박사를 중앙연구소장으로 영입하고 장기 지속형 주사제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강 소장은 HLB제약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스마트 연속 제조 시스템’(SMEB) 기술 기반 파이프라인 개발과 사업화 전략을 이끌 예정이다. HLB제약은 GLP-1 기반 비만·당뇨 치료제를 비롯해 항응고제, 항암제, 치매 치료제, 필러 등으로 주사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엔 균일한 미립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부광약품은 조현병 및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라투다정’(루라시돈염산염)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 제형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5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중추신경계(CNS) 전문 영업·마케팅 조직을 신설하고 CNS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라투다는 서울대병원 등 국내 빅5 병원을 포함해 여러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꾸준히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높은 시장 점유율과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독자적 플랫폼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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