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들, 체크카드 빼앗아 편의점서 제것처럼 사용”… 목매 숨진 해병, 가족·친구들 주장 통해 본 진상

“고참들, 체크카드 빼앗아 편의점서 제것처럼 사용”… 목매 숨진 해병, 가족·친구들 주장 통해 본 진상

기사승인 2011-07-08 19:59:01
[쿠키 정치]해병대 2사단 소속 K이병의 자살은 고참들에 의한 구타·가혹행위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입대한 지 4개월에 불과한 신참이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고참들이 때리고 괴롭히고 심지어 성추행도 일삼는다”고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구타·성추행·이지메=이 사건을 트위터로 처음 알린 K이병의 후배 A씨는 “사망 전날 형을 만났는데 ‘쇄골이 부러진 것 같다’며 몹시 아파했다”고 말했다.

그의 시신을 처음 부검한 해병대 군의관도 “쇄골을 누군가가 심하게 쥐고 흔든 것 같다. 쇄골잡기는 상대방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고 소견을 밝힌 바 있다.

K이병 친구들이 해병대 조사관에게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고참들로부터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 내무반 안에서는 강제로 옷이 벗겨졌고, 고참과 2인1조로 나가는 경계 근무 때는 성기를 유린당하는 끔찍한 일도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자신의 체크카드는 고참들이 독차지했다. 고참들은 그의 카드로 PX를 드나들며 마음대로 사용했다. 간식거리와 담배 등을 구입하는 바람에 K이병의 체크카드 사용내역은 온통 ‘XX부대 편의점’란 단어가 찍혀 있었다. K이병은 수시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 달라. 부족하다”고 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돈이 왜 필요하냐”고 가족들이 물으면 “선임들하고 편의점에 가야 한다”고 답했다.

K이병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2일 외박을 나왔다. 토요일을 맞아 오랜만에 1박2일 외박을 나온 그는 고향인 경기도 안성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하지만 그는 다친 쇄골을 보여주며 부대생활의 어려움과 고참들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조직적 은폐=K이병은 3일 새벽 3시 안성 자신의 집 앞 한 건물 벽 돌출된 부분에 허리띠를 걸고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과 친구들은 처음부터 K이병의 자살 원인이 부대 내 고참들의 구타와 가혹행위 때문이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해병대 측에 요구했다.

해병대 측은 조사관을 현장에 보내 이들의 진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부모를 찾아와 “장례부터 치르자. 애는 먼저 잘 보내야 할 것 아니냐”며 시신의 화장을 종용했다. 아들을 잃고 쓰러진 부모의 약해진 마음을 이용한 셈이다. 애당초 약속했던 진상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다음 날 같은 사단 다른 해안초소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지자 유족과의 연락조차 끊어버렸다.

진술서를 작성한 K이병의 친구들에게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가정 불화가 있어서 자살한 것으로 해 달라”는 식으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지난 4일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하자 해병대 공보담당 관계자는 직접 전화를 걸어와 “절대 구타나 가혹행위 같은 문제로 자살한 게 아니다. 유족도 이 부분은 동의하고 있다. 만약 보도가 나가면 유족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 young@kmib.co.kr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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