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진중공업만 가면 날밤을 새네…”

정동영 “한진중공업만 가면 날밤을 새네…”

기사승인 2011-07-20 21:22:00
[쿠키 정치] “우리는 민주당 사람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야권통합에 대한 그의 진정성은 높이 평가한다”(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

“진보진영 모임에 자주 나타난다. 민주당 지도부 중에서는 진보적 가치에 가장 접근한 인물로 본다.”(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에 대한 진보정당 대변인들의 평가다. 요즘 민노당과 진보신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 최고위원이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대통합 또는 연대 문제가 최대 화두라는 관점에서 볼 때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제 정 최고위원의 매일 일정은 민주당 지도부 중에서는 거의 독보적일 정도로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현안에 집중돼 있다. 예컨대 이마트 탄현점에서 작업 중 질식사한 황승원씨 유가족 기자회견(19일), 한진중공업 현장 및 가족대책위 방문(17일), 노동부 청사 항의 방문(14일),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및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고문 단식농성장 방문(13일), ‘2차 희망버스’ 참석(9∼10일) 등이다.

민노당 이혜선 노동부문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덕수궁 대한문 앞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그에게 “요즘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진보진영 내 평가가 좋다. 처음엔 한두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언론이 보든 안 보든 일관되게 함께 하는 것을 보고 지금은 진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에 대한 호평은 다른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비례하는 측면이 있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20일 “기회만 있으면 야권통합을 부르짖는 민주당의 대표적 인사들이 있는데, 정작 우리에게 만나서 논의해보자고 연락을 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만 할 뿐 실질적인 접촉 움직임은 전혀 없어 매우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현장 중심의 활동을 통한 ‘진보적 민주당’으로의 진화가 야권통합의 핵심고리라고 주변에 강조하고 있다. 그는 특히 한진중공업 사태를 대기업의 병폐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간주하고 10회 이상 현장을 방문했다. 보좌진에게 “재수할 때도 날밤을 샌 적이 없는데, 한진중공업만 가면 밤을 새게 되네…”라고 말할 정도로 열성이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 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행보에 대해 “대권주자로서 민주당 내 입지에 한계가 있으니까 야권연대쪽으로 외연을 넓혀 승부수를 던지려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우 대변인은 “그게 전략일지 몰라도 일관되게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며 “진보진영에 대한 정 최고위원의 꾸준한 ‘양적 축적’이 어느 시점에 제대로 평가받아 비약적으로 지지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태의 경우 정치권이 노사 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진보적 선명성을 강화해가는 그의 행보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진중공업 분규가 정치적 사안이 아닌데 정치인이 가는 게 맞느냐”고 반박했다. 다른 관계자는 “희망버스가 아니라 ‘훼방버스’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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