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 페인트 범벅… “내거야” 표시하려 황당

강아지에 페인트 범벅… “내거야” 표시하려 황당

기사승인 2011-10-30 14:23:01

[쿠키 사회]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안된 강아지가 온 몸에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발견돼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한 노숙인이 자신의 소유임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인데, 네티즌들은 “엄연한 동물학대”라고 비난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는 최근 홈페이지에 ‘빨간색 페인트를 온 몸에 뒤집어 쓴 강아지’라는 제목의 고발 글을 게재했다. 동사실에 따르면 서울 당산역 주변에서 노숙 중인 한 노인은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강아지 몸과 눈 등에 빨간색 화학 스프레이를 뿌렸다. 노숙생활을 하면서 개를 키웠는데 주변에서 개를 자꾸 데려가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동사실은 “목줄에 매달려 끌려 다니는 강아지는 독성이 강한 페인트를 계속 핥아 탈진상태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간 박소현 동사실 대표는 동물의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 현장에서 개를 피신시켰다. 강아지는 현재 페인트가 묻은 털을 모두 깎아냈으며 진료를 받은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강아지의 주인인 노숙인이 신고해 절도죄로 고발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눈으로 확인 가능한 외상이 있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만 ‘학대’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숙인에게는 동물학대 행위가 적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박 대표가 고발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노숙인의 이 같은 행동은 물론 동물보호단체가 동물 구출 시 절도죄를 무릅써야한다는 사실이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피부병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동물학대가 아니라니 답답하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이 온 몸에 페인트를 뒤집어썼다고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그 행동이 학대가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꼬집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노숙인에게 애처로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오랜 노숙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껴 강아지를 통해 위로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며 “잘못은 잘못이지만 동물학대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사실은 “구출된 강아지는 새로운 가정에 입양될 수 있도록 알선할 것이고 노숙인은 안정된 복지시설로 갈 수 있도록 관련 복지기관과 협력해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