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일본의 한 지역 의회 의원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피폭 관련
사망자가 4300명에 달하는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퍼온 내용을 짜깁기한 글이었지만 현직 의원이 운영하는 공간에 남겨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해당 글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로 퍼지면서 원전 사태와 관련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가와우치의회 니시야마 치카코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도쿄전력은 정말 무섭다”로 시작하는 글에는 좀체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글에 따르면 지난 3월 동일본 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작업했던 인부 중 4300명 정도가 사망했으며 유족들에게 입막음용으로 각각 3억 엔씩이 지급됐다. 그는 “유족이 보상금을 외부로 발설했을 경우 전액 몰수당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전했다.
니시야마 의원은 원전 사태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3억 엔 이상을 준다고 약속받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제1원전에서 작업한 작업원은 약 10만 명. 그중 4%가 현시점에서는 사망한 셈이다. 그 대부분이 현장에서 죽는 것이 아니고 작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죽는 경우란다. 원인은 심근경색 등이다. 유족에겐 입막음 비를 건넸기 때문에 장례식도 불가능하다. 인터넷이나 언론에 이렇게까지 내용이 나오지 않는 것은 입막음 비를 몰수당하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원자력 발전소 작업자 중 사망한 시신 수백구가 후쿠시마현립 의과대학에 방사선장해 연구용 검체로 관리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원전에서 3개월동안 일하다 정부 기준치가 넘는 방사능에 노출된 한 노동자의 예를 들면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평소에 의식을 잃거나 몸에 검은 반점이 무수히 나타나는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스스로 ‘나는 오래 살지 못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위대 64명, 경찰관 300여명도 (원전 피해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들은 원전 반경 20km 안에 경비를 서면서 일당 3만 엔을 받고 거기에다 임무가 끝나면 낙하산급 진급을 보장받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니시야마 의원은 “높은 급료에 진급보장 약속을 미끼로 미래가 있는 젊은이들을 조직적으로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니시야마 의원은 앞으로 원전 사태와 관련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이 사실을 국가는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면 국가차원의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안전하다며 직접 먹으면서 홍보했던 유명 방송인 오오츠카 노리카즈가 최근 급성 백혈병으로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한 것도 그렇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은폐가 있다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는 “‘카더라’하는 뜬소문에 불과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니시야마 의원은 8일 블로그에 “해당 주장은 이미 다른데 있던 글을 옮겨 실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자제했다. 그러면서도 “몇 명의 사망자가 있었는지 보다 후쿠시마현과 이 정부가 방사능 오염 노출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