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도가니’와 ‘완득이’에 이어 올해에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월 개봉해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던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동명의 르포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송강호 이나영 주연의 ‘하울링’과 김민희 이선균 주연의 ‘화차’는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하울링’은 노나미 아사의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영화화했다.
또, 주진모 김소연의 ‘가비’는 김탁환 소설 ‘노서아 가비’를, 오는 4월 26일 개봉을 앞둔 ‘은교’는 박범신의 동명 소설을, 한창 촬영 중인 류승범 이요원 주연의 ‘완전한 사랑’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영상으로 재탄생시킨다.
소설을 영화화할 경우 원작의 이야기가 이미 검증됐기에 대중의 입맛을 맞추는 데 안전하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미 소설을 접한 관객의 기대치는 높아져 있고 영화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할 때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개봉한 ‘하울링’과 ‘가비’ 역시 원작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로 표현하는 방법과 소설로 표현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경우 탄탄한 기본기를 갖고 있기에 각색하는 과정이 수월하고 안전하다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설로 읽었던 것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고 했을 때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한번 접했는데 또 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소설의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 보다 치밀한 각색 과정을 거쳐 차별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설을 영화화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하나의 콘텐츠로 여러 상품 유형을 전개시킨다는 의미의 ‘원소스멀티유즈’ 추세에 따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소설이 영화로 리메이크되고, 영화의 개봉은 다시 원작 소설의 인기로 이어진다. ‘은교’의 경우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소설책이 품절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측면에서 소설과 만화뿐 아니라 게임을 영화로 만들며 긍정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자층에 지나치게 의지하다 보면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