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주말드라마 ‘불후의 명작’ 애시청자라면 똑 부러지게 일 잘하는 김치기업 찬솔식품의 김 실장을 기억할 것이다. 회사대표 진미(김선경) 곁을 지키며 공장 현황 체크며 업계의 새로운 정보 브리핑을 착실히 해낸다.
하지만 짧은 등장에도 김 실장 역을 야무지게 소화하는 배우가 20년 전의 MBC 인기 주말드라마 ‘아들과 딸’의 막내딸 종말이로 주목을 받은 곽진영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워낙 잠깐씩 등장하는데다 이제까지 방송된 10회 중 4번의 회차에는 얼굴조차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라마 홈페이지 등장인물 코너에는 제대로 된 소개조차 없다. 10회가 방송될 때까지는 ‘찬솔식품’ 란에 사진 없이 이름만 기재돼 있더니, 등장인물 코너가 새롭게 업데이트된 이후에는 이마저도 빠져 버렸다.
지난 15일 방송된 10회에서, 자동차 안에서 진미에게 보고를 하는 곽진영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자 드디어 주변의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어, ‘종말이’ 곽진영 아냐?” “그동안 계속 봤는데 곽진영인 줄 몰랐네” “어쩐지 수행비서가 눈길이 가게 연기한다 싶더라” 등이다.
이러한 반응들에 대해 배우 곽진영은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제가 김치사업을 해서인지 다른 배우들 캐스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제일 먼저 드라마에 합류하게 됐어요. 1년 전부터 드라마가 촬영될 대전광역시에 몇 차례나 가서 제작진들과 시장님도 만나 뵈었고 MOU가 체결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정말 제 일처럼 열심히 홍보했거든요. 김치사업 하는 사람이 김치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게 느껴져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곽진영은 이어 “제가 열심히 알려서 건너 건너 아는 분들까지 ‘불후의 명작’ 애시청자세요. 이렇게 방송 분량이 적을 줄 알았다면 저 출연한다, 꼭 봐 달라 안 했을 거예요. 드라마 각 회가 끝날 때마다 전화가 오거든요. ‘이 정도 역할이었냐’ ‘차라리 하차해라’ 진심으로 걱정해 주세요”라고 말하다 살짝 울먹였다.
하지만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기 일처럼 속상해 해 주시니 감사하죠. 아쉽기로 치면 제가 더 아쉬울 거예요. 하지만 배우에게 있어 중요한 건 대사 양이나 등장 횟수는 아니라고 봐요. 제가 아쉬운 건 김 실장의 존재감이 없다는 거예요. 요즘 드라마들 보면 조연들의 활약이 크죠. 또 조연도 안 되는 크기의 배역을 잘 활용해서 시청자들께 웃음을 드리거나 스토리 연결이나 반전 등의 역할을 부여하기도 하고요. 저도 대사 적어도 좋으니 존재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마치 김 실장처럼 야무지게 말했다.
또 “대접받자는 거 아니에요. 제작진을 믿고 시작했듯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지 하는 마음, 여전해요. 다만 신인배우에게 엑스트라 배역 맡긴 거 아니라면 드라마를 위해서도 저를 좀 활용해 주셨으면 하는 거지요. 김 실장 잘해 보려고 20년 연기생활 처음으로 커트단발로 머리도 잘랐거든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곽진영은 머리를 자른 배경에 대해 “대본 연습을 하러 배우들이 모였는데 주인공 박선영 씨만 단발이고 여성 출연자 분들 머리가 모두 길더라고요. 나까지 길어선 안 되겠다, 출연자마다의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싶어 나름대로는 과감히 결심한 거거든요. 아직까지는 주목받지 못해 효과가 미미해졌지만요”라고 설명했다.
배우 곽진영의 솔직함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무르익었다. “사실 제 이런 아쉬움은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드라마 시작부터 함께한 영향도 있지만, 쌍꺼풀 수술이 잘못돼 10년간 연기생활을 쉬어야 했기에 이번에는 정말 잘해 보고 싶은 열정이 컸거든요,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까운 것 같아요. 곽진영 치면 성형수술 실패가 검색어로 나와요, 그런 여배우의 심정 잘 모르실 거예요. 좋은 연기로 호평 받아 검색어 상처, 극복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곽진영에게 생긴 좋은 일. 24일 오늘 자신만의 김치공장을 오픈한다. 많은 김치사업가들이 자체 조리법이 담긴 김치의 제조를 다른 공장에 위탁하는 OEM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곽진영은 오로지 자신의 이름을 건 김치만을 담그는 공장의 필요성을 느꼈단다.
“그게 제 김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진정한 서비스라고 생각했어요. 공장을 사서 오픈하게 되니 뿌듯합니다. 곧 5월 12일부터 여수세계박람회도 열리잖아요. 착실히 준비하고 있고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시청자 여러분들도 여수에 오실 거죠?”
자신의 손길과 발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배우이자 사업가 곽진영. 그런 고운 마음과 어제의 아쉬움을 내일의 희망으로 바꿀 줄 아는 긍정이 곽진영의 오늘을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