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결국엔 다 괜찮아 질 것이다. 괜찮지 않다면 아직 때가 아닌 것뿐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성장한다. 20대가 된 순간 마치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진짜 어른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다.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The Best Exotic Marigold Hotel)은 인생의 황혼을 맞은 7명의 영국인이 인도로 떠나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숙한 경험을 지닌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남편과 사별하고 생애 첫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에블린(주디 덴치)과 삶에 환멸을 느낀 고등법원 판사 그레이엄(톰 윌킨슨), 다툼이 끊이지 않는 부부 더글라스(빌 나이)와 진(페네로피 윌튼), 사랑에 목숨을 건 노먼(로널드 픽업)과 마지(셀리아 아임리), 수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도를 찾은 뮤리엘(매기 스미스)까지 일곱 명의 영국인들은 각자의 이유로 인도의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찾는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 앞에 도착한 이들은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화려한 사진 속 호텔은 온데간데없고 허름한 호텔만이 반길 뿐이다. 포토샵 한 사진을 올린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는 이들에게 임기응변에 능한 소년 소니는 “앞으로 바뀔 호텔의 모습을 올려놓은 것이다”라는 말도 안 돼는 답변을 내놓는다.
호텔에 머무르기로 한 이들은 낯선 환경과 접하지 못했던 인도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바퀴벌레들 이름을 붙여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입에 안 맞는 음식 탓에 쫄쫄 굶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단맛, 쓴맛을 모두 맛본 이들은 그 안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유쾌하고 희망찬 시선으로 바라본다. 녹록치 않은 현실과 부딪히며 하나씩 극복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또 노년에도 식지 않는 삶에 대한 열정은 진실한 사랑과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영국식 유머와 이국적인 인도 풍경도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한다. 따사로운 햇살과 컬러풀함이 매력적인 인도의 모습은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당장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존 메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데보라 모가치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오는 12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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