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방치하면 불안장애·우울증 등 심신장애로 이어져
[쿠키 건강] 매년 여름철이면 열대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밤늦게까지 중계되는 ‘런던올림픽’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면부족이 자칫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이어져 심각한 심신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크게 ▲입면장애(잠을 자지 못함) ▲숙면장애 ▲조기각성장애(잠이 들었다가 금방 깨어나는 것)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적으로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불면증으로 진단되고 적극적인 치료를 요한다.
불면증은 그 자체만으로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잠을 하루만 제대로 못자도 다음날 만성피로, 체력저하, 집중력약화, 의욕감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문제는 불면증이 장기화 될 경우 정신생리학적 측면에도 악영향을 미처 현훈, 두통,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성치매 소인을 가진 고령자의 경우에는 지남력(시공간 및 대인관계 인지능력)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
2010년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각각 5배와 7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암발병률도 높았다.
현재 불면증이 이러한 심신장애와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장기간의 수면장애로 인해 뇌와 신체의 각성상태가 지속되면서 교감신경을 계속 흥분상태로 만들고 자율신경과 생체리듬이 불완전해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수면은 체력을 충전하고 체내염증을 치료하며 중추신경 발달을 돕는다. 특히 감정조절 물질인 ‘세로토닌’은 수면 중에만 분비되기 때문에 심리문제와 연관이 깊다. 더구나 불면증으로 잠드는 시간을 늦어질수록 ‘수면지연증후군’으로 이어져 전체수면시간과 숙면시간(REM수면)이 짧아지고 건강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불면증환자의 건강문제는 신체에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은 “불면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고민, 근심, 스트레스 등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뇌신경의 흥분으로 인한 교감신경 항진과 자율신경의 부조화를 야기해 가슴두근거림, 불안, 흥분 등을 호소한다”며 “이러한 상태를 고법의학에서는 번계(煩悸) 또는 번조(煩燥) 등으로 보는데 환자본인이 잠을 자려는 의지와 다르게 이미 신체균형이 깨져 수면을 취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된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각종 질환을 동반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면증의 원인이 단순히 주변소음, 각성제복용, 알코올 등에 의한 것이라면 수면위생(규칙적인 수면시간, 환경, 자극 등을 조절하는 것)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기 힘들고 보존적 방법으로 효과가 없다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다만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복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약물의 반감기에 따라 각성이 조기에 이뤄져 수면량은 늘었지만 숙면시간은 반대로 줄어들어 다음날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또 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반동성 불면증’같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복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면제 복용이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한방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노영범 원장은 “한의학에는 불면증환자를 바로 잠이 들게 하는 치료법보다 환자의 피로와 흥분, 긴장을 안정시킴으로써 수면유도기전을 정상화시키는데 중점을 둔다”며 “또 불면증환자는 교감신경이 항진돼 불안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고 신체전반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한방에서는 ‘영계감조탕’이 주로 처방된다. 복령, 계지, 대두 등의 약재가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근육긴장을 해소하는데 효과가 뛰어나다. 이외에도 소아불면증환자를 위한 ‘백호탕’이나 수면 중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겐 ‘계지’와 ‘부자’ 등이 들어간 한약 등 환자 개인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식습관과 생활을 개선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우유, 치즈, 바나나 등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트리토판’ 성분이 들어있어 취침 전 섭취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이 먹으면 위를 자극해 오히려 잠이 안 올 수 있으니 소량 섭취해야 한다. 또한 반신욕이나 족욕을 생활화하면 수승화강에 의해 혈액순환촉진과 이완효과로 숙면에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