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부실한 연구성과와 인력, 그리고 직원비리 등으로 몸살을 겪어온 보건의료연구원이 23일 국회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은 부실한 연구비 집행을 문제 삼았다.
김현숙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연구기관을 맡고 있는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의 2012년 연구비 집행이 협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2년 10월 말 현재 연구비 97억원이 착수금 20%만 지급된채 아직도 집행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11년에도 4개월 이상 협약이 지연된 적이 있으며 이 사업은 2011년 11월에 결정돼 현재까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연말 연구비 몰아집행의 전형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연구 협약과 집행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관기관인 보건의료연구원이 “사업단은 복지부 사업으로 보건산업진흥원의 관리를 받고 있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업단장이 공석이라 재공모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하지만 주관기관으로서 집행이 부진하다면 복지부와 협의 등을 통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복지부와 진흥원은 본 의원실의 지적이 있자 부랴부랴 협약을 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연구기관인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의 연구비 미집행과 관련해 ”총 연구비가 97억 규모인 대단위 과제이고 11개 질환별 임상연구센터에 참여하는 연구원 수만 약 1600만명에 달하는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10월 말 현재 협약이 체결돼 연구가 진행된다고 해도 내년 3월까지 연구성과를 내야한다”며 “연구성과의 정리와 보고서작성 기한을 제외한다면 내년 2월까지 연구를 마쳐야 하고 그렇다면 4개월 동안에 1년 연구비를 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사업단을 진흥원이 관리한다고 해도 2012년도 사업단 사업 세부추진 계획을 주관기관인 보건의료연구원과 전혀 상의를 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의 주관기관이 보건의료연구원인지조차 의심스럽다”는 것.
김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연구협약이 늦어진 것은 올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도 협약체결이 4개월 이상 지연되었고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시범사업인 임상진료지침개발사업을 진행하느냐 안하느냐 였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이어 “결국 작년 11월에 시범사업이 결정돼 3억원의 연구비가 집행되었다”며 “연구협약의 체결이 매년 늦고 원래 계획에 없었던 시범사업이 연말에 갑자기 결정돼 집행되는 등 연구비 집행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에 대해서도 “이 때 사업단의 운영위원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주관기관 원장으로 취임한 후 금년 연구협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는데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원장은 현재 사업단이 주도하는 임상연구지침개발 사업 자체에 대해 원장 취임 전부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며 “취임 전 신문기고문을 보면 현재처럼 정부기구에서 임상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고 의료계가 주도해야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현재까지 연구원과 사업단의 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을 줄곧 반대해온 분이 원장으로 왔고, 공교롭게 사업단의 사업연구비가 계속 집행이 안되고 사실상 파행이 된 것”이라며 “현재 원장의 소신은 원장이 되기 전과 변함이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원장의 소신이 현재 사업단의 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과 반한다면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현재 진행중인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관기관의 장으로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언주 의원(민주통합당)역시 보건의료연구원의 직원 비리·연구원 부족·‘연구 뒷전’이라는 원장 구설수 등의 문제에 대해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의료행위의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9년 3월 출범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최근 5년간 국가 예산 232억원이 투입됐지만 연구는 뒷전이고 온갖 비위행위로 인해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4월의 복지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A경영팀장과 그 상급자인 B경영실장은 2010년 자신들의 경력에 가중치를 주는 방법으로 지침을 개정해 A팀장은 2년1개월, B실장은 4년6개월의 경력 추가 산정으로 보수를 높게 챙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지난 2009년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실시하며, A팀장의 직전 근무 회사를 선정해 의혹을 유발했고 이 밖에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 공용차량 부적정 사용 등으로 5월4일 B실장은 권고사직됐고 A팀장은 파면됐다”고 전했다.
현재 이들에 대해 보건의료연구원은 업무상배임죄 및 업무방해죄로 고소한 상태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보건의료연구원은 정원과 무관하게 하위직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해 경험 많은 연구원이 부족하다. 연구직인 연구위원과 부연구위원은 정원이 각각 3명과 8명인데, 현원은 2명과 1명으로 총 8명이 부족한 상황이이며 행정직인 주임행정원은 4명이 정원인데 현재 아무도 없는 상태다.
이 의원은 인력에 구멍이 난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는 신임 이선희 원장이 보건의료연구원과 맞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반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리며 “실제로 이 원장이 지난 1월 취임하자 보건의료연구원의 배종면 연구위원(제주대의대)이 원장 취임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 연구위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건의료연구원에 대해 관제지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선동한 장본인이 바로 신임 원장”이라며 “보건의료연구원을 부정한 인물이 수장으로 취임해 보건의료연구원에서 하차한다”고 밝힌 것을 지적했다.
이 의원 역시 “이 원장은 대한의학회 의료정책이사를 맡던 시기인 2010년 의사협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보건의료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원장은 “보건의료연구원이 주도하는 연구자 중심의 임상진료지침 개발은 임상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의협과 의학회가 진료지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이어 “배 연구위원 외에도 6월에는 이현주 의료기술분석실장이 사직하고, 그 후임인 권진원 실장도 2개월만에 사직했고, 8월에는 이상무 본부장도 사직했다”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평균 점수가 2위를 받았는데, 최종 임명됐다는 점에서도 구설수에 올랐다”라며 이에 대해 보건의료연구원은 “점수나 순위는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는다”며 절차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결국 보의연은 일을 해야 할 연구원들은 공석이고, 직원들은 문제를 일으키다 파면·사직되고 원장은 구설수로 리더십이 위협받는 등 연구에 매진해야 할 보건의료연구원이 조직 불안정으로 본연의 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어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