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은 콜센터 상담원 540명(여)에 대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서비스 산업의 감정노동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43.7%는 서비스업 6대 질환(우울증, 하지정맥류, 근골격계 질환, 소화장애, 생리불순, 성대결절)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는 우울증 의심으로 분류됐고, 40%는 사회심리적 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일반 여성근로자(고위험군 비중 27%)에 비해 정신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하루 평균 125건의 통화를 하고 통화시간만 5시간에 이르는 격무에 시달리며 ‘불량 고객’들의 각종 폭언과 성희롱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8월 2개월 동안 상담원들은 평균 1.13회 성희롱을 당했고, 2.72회 폭언 및 욕설을 겪었다. 상담 고객으로부터 인격을 무시당한 경험은 3.65회였으며 3.93회의 무리한 요구를 듣고 있어야 했다.
더 큰 문제점은 이들이 심각한 인권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의 46.1%는 “성희롱을 당해도 전화를 끊지 말아야 한다는 회사의 방침이 있다”고 응답해 콜센터 사측이 고객의 부당한 처사에도 근로자에게 무작정 참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하청 형태로 운영되는 콜센터가 원청업체에 민원이 제기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폭언을 들어도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고 응답한 상담원도 58%에 이르렀다. 한 상담원은 “이전 콜센터를 그만둔 계기도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콜센터를 그만두는 사람의 60% 정도는 인격적 모욕감 때문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상담원은 “(고객이)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본다”며 “우리는 대응도 못하고 그냥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성희롱 또는 폭언을 당했을 경우 15%만 ‘상사나 동료와의 상담’ 등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3.8%는 잠시 휴식을 취하는 정도에 그쳤고, 31.2%는 “다음 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을 가한 고객에 대해 사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콜센터 근로자, 판매직 등에 대한 욕설이나 성희롱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행위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