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긴급조치 1,2,9호 모두 위헌" 만장일치 결정 <결정 요지>"

"헌재 "긴급조치 1,2,9호 모두 위헌" 만장일치 결정 <결정 요지>"

기사승인 2013-03-21 14: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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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헌법재판소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제정된 유신헌법에 따라 시행된 긴급조치 1,2호와 9호가 위헌이라고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헌재는 21일 이같이 결정하면서도 긴급조치를 허용한 유신헌법 53조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발령 근거 규정이 됐을 뿐, 재판에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며 위헌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기존에 대법원이 긴급조치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과 다르지 않아 헌재의 직무 유기 논란이 있을 것을 보인다.

헌재는 긴급조치가 "국가 형벌권 자의적 행사,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 참정 표현의 자유, 법치 원칙에서 나온 영장주의 신체의 자유 법관 재판 받을 권리, 국민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 제한하므로 이런 모든 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유신헌법 조항에 대해선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헌재가 헌법 조항 자체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고 헌재 측은 설명했다.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위기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조항을 근거로 긴급조치를 발동, 유신독재를 반대하던 수많은 국민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탄압했다. 긴급조치 피해자 오모씨등 6명이 3년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유신헌법이 제정된지 2년 뒤인 1974년 오씨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고생에게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그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3년의 징역 생활을 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의 재심을 권고했고, 2010년 서울고법은 ‘이미 폐지된 법령’이라며 면소 판결을 내렸다. 오씨는 무죄가 아닌 면소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소원을 냈다.

그 뒤 대법원은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며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는 국회가 만든 법률이 아닌 만큼 대법원에서도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긴급조치 1·2호는 유신헌법 비방을 금지하고 긴급조치 위반사건을 일반 법원이 아닌 비상군법회의에서 판결하도록 한 조치다. 또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또는 언론 통해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를 금지한 대표적인 악법이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딸이면서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유신 시절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밝히긴 했으나, 유신 헌법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해선 침묵을 지켰다.

<헌재의 긴급조치 위헌 결정의 주요 요지>

1. 긴급조치 제1호의 구체적 위헌요소

(1)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침해

긴급조치 제1호는 유신헌법의 개정 논의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개별적인 표현행위의 시간·장소나 방법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실제로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1호는 국가긴급권의 발동이 필요한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헌법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처벌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전혀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으므로, 이는 표현의 자유 제한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1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요소인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헌법개정절차에서 가지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 등의 권리, 청원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2) 죄형법정주의 위반

긴급조치 제1호 제1, 2, 3항(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발의·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국가긴급권의 발동이 필요한 비상상황과는 전혀 무관하게 유신헌법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단순하게 표명하는 모든 행위까지 처벌하고 있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1호 자체를 비방한 사람까지 그 처벌로 ‘15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라는 중형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범죄와 형벌 간의 균형을 현저히 잃은 것이고, ‘형벌의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3) 영장주의 위반

긴급조치 제1호 제5항은 긴급조치 위반자 및 비방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

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광범위한 정치적 의사표현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도록 하면서도 어떠한 제약 조건도 두지 아니하고 법관의 구체적 판단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하여 법관에 의한 아무런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아니한 것이므로, 비록 국가긴급권이 발동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지켜져야 할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4)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긴급조치 제1호 제6항은 “이 조치를 위반한 자와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비상군

법회의에서 심판·처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긴급조치 제1호의 내용은

모두 유신헌법에 대한 정치적 표현행위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거나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이므로 군사상 필요나 군대의 조직 또는 기능 유지와 관

련된 내용이 없고, 비상계엄에 준하여 적과의 교전상태 또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어서 그 기능을 군대

를 통하여 수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가운데 발동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긴급조치 제1호 제6항은 일반 국민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제한함으로써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

해한 것이다.

2. 긴급조치 제2호의 구체적 위헌요소

긴급조치 제2호는 긴급조치 제1호를 위반한 사람을 심판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비상군법회의의 조직법에 불과하므로, 앞서 본 대로 긴급조치 제1호가 헌법에 위

반되는 이상 그를 위반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조직법인 긴급조치 제2호도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하지만, 대표적인 위헌요소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긴급조치 제2호에 의하여 설치된 비상군법회의는 긴급조치 제1호를 위반한 자를 심판하기 위한 것으로서(긴급조치 제2호 제1항), 긴급조치 제1호 제6항과 같은 이유로 일반 국민의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2) 영장주의 위반

긴급조치 제2호 제12항은 “비상군법회의의 관할사건에 관하여 체포·구속·압수·또는 수색을 함에 있어서 관할관의 영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검찰관이 이를 발부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사기관인 검찰관이 스스로 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하여 법관에 의한구체적 판단 없이 인신구속을 비롯한 수사상 강제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이에 대하여 법관에 의한 아무런 사후적 심사장치도 두지 아니하여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였다.

(3) 신체의 자유의 과도한 침해

긴급조치 제2호 제11항의 단서는 “다만, 군법회의법 제132조, 제238조, 제239조

및 제241조의 규정은 준용하지 아니하며 구속기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형사소송법의 구속기간을 준용하는 군법회의법 규정의 적용을 전면 배제하여 아무런 기간의 제한이 없이 구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서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소결 : 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3. 긴급조치 제9호의 구체적 위헌요소

(1) 긴급조치 제9호 제1항 나호는 긴급조치 제1호의 내용과 같이 유신헌법의 제·개정 논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개정권력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2) 긴급조치 제9호 제1항 가호에서는 역시 긴급조치 제1호와 같이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그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므로 죄

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는 행위의 경중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살피지 아니하고 일체의 행위와 긴급조치 제9호 자체를 비방한 자까지 1년 이상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와 형벌 간의 균형을 현저히 잃은 것이고, 국가 형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서 ‘형벌의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3) 긴급조치 제9호 제8항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이는 긴급조치 제1호 제5항과 같은 이유로 헌법상 보장된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4) 긴급조치 제9호 제1항 다호, 제5항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자치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행위자의 소속 학교나 단체 등에 대한 불이익을 규정하여,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여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하는 헌법상의 자기책임의 원리에도 위반된다.

소결 : 긴급조치 제9호는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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