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CT-MRI 허용 발의안… 의료계 폭발전야

한의사 CT-MRI 허용 발의안… 의료계 폭발전야

기사승인 2013-03-22 11:16:01
한의협 “단지 의견만 줬을뿐” 양·한방 싸움 격화되나?



[쿠키 건강] “한의사는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기기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방해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이 입법 발의되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지난 20일 한의사도 의료행위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독립한의약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한방과 현대의학이 이원적 면허체계로 유지해오고 있지만, 획일적인 관리체계로 각각의 특성을 발휘해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행 법체계가 의학 위주로 구성돼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업무영역이나 의료기기 사용 등과 관련, 양측 간의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노환규 회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통해 “법률안은 김정록 의원이 제출했지만 (실제로는)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또 “전문영역을 몇 사람의 국회의원이 무너뜨리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라며 “10만의사의 전문영역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던져놓아도 된다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역시 “한방사들이 현대의학 원리도 만들어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한의학의 한계를 인정하는 한편, 더 나아가 현대의학의 영역을 침탈하는 행위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도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마당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

의협도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3.9%가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또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는 ‘오진 위험성이 높다’(76.2%)였고 ‘한방진료 및 치료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8.7%), ‘한방 의료비가 상승할 우려가 높다’(8.5%)는 답변도 있었다.

이용진 간사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를 비롯한 한방 건강보험체계 전반에 대한 의사 회원들의 생각을 확인한 만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문제 등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김정록 의원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합법화하는 법률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실제로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 주도한 것이고, 초선의원임에도 법률안의 내용이 100페이지가 넘는 등 지나치게 세밀하다는 이유로 대한한의사협회의 입김도 작용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로비설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

하지만 한의약정책과는 김정록 의원의 법률안 제출과 관련, 김 의원과 사전의 소통은 없었고 심지어 법안발의사실까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최문순 상근부회장 역시 “법안발의 과정에서 김정록 의원에게 현재 법안 조문의 문제 등에 대한 단순 의견만 주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단 말인가?”라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로비설에 대해 일축했다.

또 법안의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다 찬성한다. 앞으로 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조금씩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의약 역시 현대과학의 발달에 맞춰가야 한다. 새로운 기술로 더 나은 한방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 이를 방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법률안이 제출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한의사단체에서도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

젊은 한의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참의료실천연합회(회장 이진욱)는 21일 성명을 통해 의사들이 김정록 의원에게 해서는 안 될 막말까지 동원해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며 이를 “조폭과 같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정록 의원이 제출한 이번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일로 해묵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대한 문제로 또 다시 양방과 한방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박주호 기자
jun@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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