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록그룹 부활의 9번 째 보컬리스트로 불리지만, 이제는 어엿한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도 달았다. 첫 뮤지컬 주연작 ‘요셉 어메이징’에서 요셉 역으로 출연 중인 정동하는 요즘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정동하는 바쁜 뮤지컬 연습 및 공연에 지칠 만도 하지만 여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고 표정도 밝았다.
“조성모 씨와 임시완, 송창의 씨 모두 너무 열심히 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다들 요셉이라는 캐릭터에 어울리게 착하세요. 네 명이 서로 비교를 피할 수는 없지만 경쟁자가 아닌 좀 더 나은 퀄리티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다같이 고민하는 동료죠. 4인 4색이라고 하죠? 네 명의 요셉 분위기가 다 달라 공연을 여러 번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전혀 다른 공연처럼 느껴지니까요.”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 가득한 무대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요셉 어메이징’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제작한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라이언킹’ ‘아이다’ 등을 작사한 팀 라이스가 콤비를 이룬 명작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성경의 창세기 이야기를 기반으로 둔 내용으로, 요셉과 그의 11명의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표현하기 까다로운 종교적 소재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뮤지컬이라는 평을 받은 ‘요셉 어메이징’은 친숙한 멜로디와 이집트와 현대 런던을 오가는 독특한 의상, 재미난 각색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내용이기 때문에 작품이 종교적인 무언가를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여러 번 들었어요. 물론 종교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독립된 하나의 이야기이자 메시지이기도 하죠. 꿈을 향해 가는데, 그 길은 험난하죠. 그래서 좌절하고 넘어져요. 한 걸음씩 걸어가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로 결국 꿈을 이룬다는 크나큰 메시지가 있어요.”
토니 어워드 6개, 로렌스올리비에 어워드 6개 부문 등에 노미네이트 되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요셉 어메이징’은 송창의와 조성모, 정동하, 임시완, 김선경, 최정원, 리사 등의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로맨스와 화려한 군무도 ‘요셉 어메이징’의 큰 매력이다. 부활의 9번 째 보컬인 그는 노래
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오래된 복병이 있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춤”이라며 “어떻게 해도 자세가 안나온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중간에 헐벗고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아름답게 보일 것인가 몸매에 대한 고민이 컸다”라며 “의상이나 연출에 대한 조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앞서 ‘롤리폴리’로 뮤지컬 데뷔를 치른 정동하는 이번이 첫 주연인 만큼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신뢰가 그의 발길을 돌렸지만, 부활의 보컬리스트였던 김재희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리트로 다가왔다. 극중 김재희는 요셉의 아버지 야곱으로 출연 중이다.
“처음에는 안한다고 그랬어요.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이 컸거든요. 저 또한 너무 종교적인 얘기가 아닌지 오해도 했고요. 그런데 요셉이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너무 전형적인 동화같이 이야기여서 저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뮤지컬의 영상을 봤는데, 마음이 흔들리더라고요. 형들을 용서하고 안아주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는데, 그때 ‘해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부활의 김재희 선배님이 하자고 하셔서 더욱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그에게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하나’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도 노래 잘하고 싶다”였다. 겸손해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훈련 비법을 공개했다.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연기를 1~2년 배웠어요. 순전히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였죠. 상대방을 속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속이고 싶었거든요. 진짜 내 이야기구나 혹은 같이 들어보실래요, 할 수 있는 진심을 전하고 싶었어요. 감정을 담는 노래를 하고 싶으면 청중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연기를 배우면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을 익히게 되고 노래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할 수 있으니 뮤지컬 만한 좋은 기회는 더 이상 없는 것 같아요.”
아직 많지 않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뮤지컬만의 매력은 크게 다가왔다. 그는 “연기는 나의 또다른 자아를 확립해놓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음악적 자아와는 또다른 발견”이라고 했다. 평소에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그는 “연기 연습을 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라며 “카타를시스를 느꼈고, 굉장히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셉 어메이징’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동하는 “우리 뮤지컬에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꿈에 대한 메시지가 가장 크다”라며 “누구나 꿈이 있는데 그 꿈을 잊고 산다. 우리 공연을 보시고 다시 꿈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