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산부인과 지원 기피… 의료소송 위험 때문?

인턴, 산부인과 지원 기피… 의료소송 위험 때문?

기사승인 2013-03-27 08:17:01
학회 설문결과, 인턴의 절반은 의료분쟁조정법 몰라



[쿠키 건강] 의료소송의 위험성 때문에 인턴들이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월 한달 동안 전국 수련병원 인턴 125명(남자 67명, 여자 58명)을 대상으로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는 이유?”와 올 4월 시행 예정인 의료분쟁조정법 중 “분만과 관련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제도가 인턴들의 ‘산부인과 전공’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높으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의사 부담 법조항 때문에 산부인과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설문조사 내용에 따르면 인턴들의 의대생 시절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 시절 산부인과 전공에 대한 나의 관심은?”이라는 질문에 ‘매우 많았다’(24%), ‘약간 있었다’(30%)로 나타난 것.

그러나, 정작 인턴 수련 후에는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로 응답자의 약 절반 가량이 ‘의료 소송의 위험성이 많아서’(49%)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은 ‘삶의 질 하락’(20%), ‘수련 후 불투명한 진로’(17%)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비인기과인 산부인과에 대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진료수가 인상’(42%)과 ‘의료소송의 부담 덜어주기’(40%)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밖에 ‘수련환경개선’과 ‘산부인과 진료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남자 산부인과 의사 기피 분위기 쇄신’ 등의 의견도 나왔다.

현재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진료 수가 인상’(39%)’과 ‘ 수련환경 개선’(26%) ‘의료소송의 부담 덜어주기’(25%)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의료분쟁조정법 대한 인지도 조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의료분쟁조정법이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나머지 숫자인 46%는 이 사실 조차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현안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관심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조정법이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9%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분쟁조정법 중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에서 정부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재원을 일부 부담하게 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38%는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30% 분담하는 법 조항이 향후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물었더니, ‘매우 부정적이다’(60%) ‘약간 부정적(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는 쪽)’(18%)이라고 대답하는 등 많은 숫자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근본적으로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산부인과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많은 숫자가 ‘매우 악화시킬 것’(50%) ‘약간 악화시킬 것’(15%)이라고 답변했고, 반대로 ‘큰 변화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20%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진료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응답과 관련해서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69%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분만관련 전체 의료소송 건수 증가(12%) ’환자와의 갈등’(9%) 등이라고 응답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현재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이 미달됐다는 이야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닐 정도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이후로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의 지원율은 해마다 정원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8년 연속 미달돼 필요 인원의 약 50-6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급기야 2012년도에는 전국에서 배출된 산부인과 전문의의 수가 90명에 불과해 지난 2001년 270명에 비해 3분의1로 급감했고 지난 10년 동안 분만 병원 수 역시 50%나 감소해 분만취약지가 전국의 20%로 급증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러한 여파로 급기야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모성사망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악결과가 초래됐고 특히 분만취약지가 가장 많은 강원도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높은 모성사망비를 보이는 등 분만 인프라 붕괴의 피해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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