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성인들만 보약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아이가 입맛이 없어 하고,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보약을 먹여도 좋은지 하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의 하나는 아이가 잘 먹지 않아 성장이나 두뇌발달에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새학기를 맞아 잘 먹지 않는 경우는 방학기간 동안 불규칙한 생활과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적응하는 데서 오는 긴장과 설레임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겨울방학이나 봄 방학 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제대로 하기 보다는 입에 당기는 대로 간식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등의 식사를 하다가 규칙적인 학교 생활로 바뀌는데 대해 몸이 적응을 하는 과정인 것이다.
과자나 음료수와 같은 고탄수화물 음식은 비만이나 입맛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성장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아이들에게는 특히 과일쥬스 등의 음료를 하루에 한 잔 이하로 제한하기도 한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키 성장이 조금 늦춰지고 체중이 주로 느는 시기로 평균 1년에 2~3kg 정도의 체중 증가와 6~8cm 정도의 성장을 보이게 된다”며 “아이가 특별한 병이 없다면 일시적인 식욕부진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시기의 성장은 영양도 중요하지만, 주로 성장호르몬 분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 이후에 주로 분비되고 단백질 식품이나 운동에 의해서 분비가 증가하고, 고 탄수화물 식사에 의해 분비가 억제된다. 따라서 신학기가 다가오는 3월경부터는 학교생활에 맞춰 다음과 같이 적응을 시키는 것이 권장된다.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되도록 교육한다=적어도 밤 10시에는 잠에 들어 학교 갈 때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정한다=식사를 걸렀다고 아이들 편한 대로 음식을 주기 보다는 일정한 식사 시간을 정하고 식사 10~15분 전에 아이에게 알려주어 아이가 자율적으로 먹는 것에 대해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제로 먹이지 않는다=아이가 잘 먹지 않는다고, 쫓아다니면서 강제로 먹이거나 혼을 내게 되면 먹는 것을 더 싫어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게 되므로, 먹기 싫어할 때는 그냥 놀게 놓아두고 다음 식사 때 잘 먹으면 칭찬을 해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신체활동을 늘인다=움직이지 않고 집에서만 있게 되면 에너지 소비가 적어 식욕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므로, 잘 안 먹으려 할수록 실내보다는 실외 운동 등 활동을 적당히 시키는 것이 권장된다. 반면, 먹지는 않고 신체활동이 지나치게 많아,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먼저 놀다가 밥을 먹게 하지 말고, 미리 먹고 놀도록 하면, 힘이 빠져 감염에 자주 걸리는 일은 거의 없어지므로 먹고 움직이도록 생활패턴을 바꿔 주는 것이 좋다.
▲고탄수화물 식이보다는 고단백식이를 준비한다=총 에너지의 60% 이상이 탄수화물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한국 식이는 철분, 칼슘, 아연 부족을 일으키거나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시기 아이들은 체조직 구성을 위해 단백질이 많이 필요한 시기므로 고기, 생선 등의 동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도록 한다. 또 아연이 부족한 경우 식욕부진을 일으킬 수 있는데, 아연은 주로 해산물, 고기, 굴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스트레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고, 2-3주 이상 잘 먹지 않는다면 주변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가 있으면 잘 안 먹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확인해도 좋아지지 않고, 3~주 이상 잘 먹지 않는다면 축농증, 비염 등의 감염이나, 갑상선 기능저하 등의 내분비계 질환 등 다른 질환이 있는지 주치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박민선 교수는 “실제로 아이가 제대로 먹지 않는다기 보다는 간식을 많이 먹어 식사 때 맛있게 제대로 먹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지나친 걱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체중이 줄거나 성장 이상이 없다면 일정 기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도움말=박민선 교수(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