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허심 탄회한 대화 이뤄질까
개성 실무접촉, 서울 장관급회담 순으로 대화가 성사되면 남북은 과거 몇 년 간 이어졌던 냉각관계를 바꾸는 기회를 갖게 된다. 양측은 ‘괴뢰호전광’ ‘핫바지’ 등 과격한 용어를 사용하며 얼굴을 붉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당국자들이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고 해서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바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무접촉에서 남북의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선결조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②관계개선 기폭제 역할 주목
전문가들은 이번에 주요 합의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접점을 모색한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일단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꽉 막혔던 대화창구를 열고 협상을 이어가면서 조금씩 신뢰를 쌓는다면 향후 난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이 이날 조평통을 통해 “불신이 극도에 이른 현 조건을 고려해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불신 해소가 먼저라는 의미다.
③현안 일시해결 기대는 난망
포괄적 의제를 다루는 장관급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모든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이 이뤄지기 위해선 앞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차례 회담으로 이런 문제들이 일시에 풀리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위기다. 예컨대 금강산관광은 신변안전 보장이 필요하고,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려면 북측의 재발방지 조치가 필수적이다. 향후 대화국면이 지속돼도 남북이 신경전을 벌일 여지는 많다. 2006~2007년에도 북측은 여러 핑계를 대며 남북간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허다했다.
④핵(核) 빠진 대화의 근본적 한계
장관급회담이 이뤄져도 ‘비핵화’라는 대명제가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다면 한반도 정세를 전환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북측은 지난달 중국에 특사를 보내면서도 비핵화 의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은 6자회담 등 관련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측이 먼저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새 정부는 남북대화가 지속돼 상호신뢰가 쌓이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 내에선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이 시작도 못한 채 폐기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