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 실종자 전원 싸늘한 주검으로…

노량진 수몰 실종자 전원 싸늘한 주검으로…

기사승인 2013-07-18 00:43:00
[쿠키 사회] 서울 노량진 수몰사고로 실종된 6명이 17일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추가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

서울 노량진 수몰사고로 숨진 중국동포 박명춘(48)씨 아내 이춘월(41)씨를 포함한 박씨 유가족의 울부짖는 소리에 배수지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발생 2일 만에 발견된 첫 시신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무사 생환을 기대했던 가족들은 싸늘한 박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오열했다. 박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6시 잠수부들이 투입된 지 20분만에 배수지 직각맨홀 맨 아랫부분과 수평터널이 만나는 곳 1~2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인양 소식에 서둘러 응급의료소로 달려간 박씨의 부인은 시신을 확인한 뒤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씨는 취업비자가 만료되는 10월 중국 지린성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박씨의 처제 이춘옥(49·여)씨는 “이런 위험한 현장에 들여보낸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런 현장이었다면 가족을 안 보냈다. 죽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며 오열했다. 5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에 온 박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건설일용직 등 힘든 일을 마다 않고 닥치는 대로 일했다. 예고됐던 인재(人災)에 귀향을 3개월 앞두고 박씨 가족의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 난 것이다.

오후 9시48분쯤에는 실종자 이승철(54)씨, 박웅길(55)씨의 시신 2구가, 오후 10시50분쯤 잠수부 2조가 투입된 이후에는 임경섭(42)씨, 이명규(60)씨, 김철덕(52)씨의 시신 3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로써 실종자 전원이 사고 발생 43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중국 국적의 이승철씨는 5년 전 중국에 아들(26)과 아내를 두고 혼자 한국으로 왔다. 고된 공사 현장 일을 하며 돈을 번 이씨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모여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내는 20일전 꿈꾸던 한국에 들어왔고, 아들도 한국에서의 취업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오전 8시30분쯤 사고 현장을 두 번째로 찾았다. 유족들을 찾은 박 시장은 “서울시가 발주처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동작경찰서는 현장 근로자 2명을 포함해 총 6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사고 현장 주변에는 대피한 이원익(41)씨와 실종·사망자 7명 외에 근로자 9명이 더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 당시 상수도관 공사장 내부 또는 입구 쪽에서 작업하고 있던 근로자는 모두 17명에 이르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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