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블랙아웃 막아라" 피말리는 전력거래소 상황실"

"[르포] "블랙아웃 막아라" 피말리는 전력거래소 상황실"

기사승인 2013-08-12 16:43:01
[쿠키 경제] “관제팀장님, 석탄화력 MGR(최대 출력 상향) 준비 태세 갖추라고 지시해주세요.”(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됐던 12일 오후 1시14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별관 5층 전력거래소 상황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예비전력이 급속히 떨어지자 조 센터장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행정지원·실시간지원·수급계획·계통안전팀으로 두 명씩 나눠 앉은 상황실 직원 8명도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여름철 전력 수요 피크 시간은 보통 오후 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1시40분 400만㎾까지 떨어졌던 예비전력은 다행히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400만㎾대로 오후 2시를 넘기자 상황실 직원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비쳤다. 전력거래소 박종인 대외협력팀장은 “놀라운 일이다. 국민들이 절전을 많이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상황실은 이날 아침부터 초긴장 상태였다. 가뜩이나 전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당진화력·서천화력발전소의 고장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오전 전력수급 상황도 좋지 않았다. 예비전력이 500만㎾ 미만인 상황이 20분 이상 지속되자 10시57분 전력수급경보 ‘준비’가 발령됐다.

이어 오전 11시20분쯤부터 400만㎾대가 깨지자 ‘관심’ 발령까지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0여분 뒤 예비전력이 다시 400만㎾ 대를 회복하면서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으나 상황실 직원들은 긴장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이들은 배달된 김밥과 어묵 국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전 11시10분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점검을 위해 약 5분간 상황실을 들렀을 때도 상황실 직원들은 모니터만 응시했다.

한편 한전은 전사적인 긴급 절전 캠페인을 벌이고 냉방 가동을 전면 중지했다. 실내 조명도 거의 다 꺼 건물 내부는 마치 주말인 것처럼 어두웠다. 문이 열린 사무실에서는 책상 위에 올려진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사무실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갔다. 한전 관계자는 “눈치가 보여서 선풍기도 사무실마다 한 개씩 돌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전 직원들은 오후 들어 일반 업무를 중단하고 가족 등 지인 10명에게 절전을 부탁하는 전화를 걸거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시민들도 절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오후 1시 그동안 ‘개문냉방’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서울 명동 상점가는 대부분 가게가 자동문을 닫은 채 영업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면서 손님을 끌기 위한 눈속임을 계속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움직임이 감지되면 열리는 자동문은 점원이 움직이거나 쇼핑객들이 상점에 들어가지 않고 앞을 지나가기만 해도 수시로 열렸다가 닫혔다. 산업부는 “13~14일과 16일 에어컨을 켜고 문을 연 채 영업하는 행위와 냉방온도 제한(26도)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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