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지난 9월 25일 “파렴치한 의사, 5년간 강간죄로 354명 검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의사들의 성범죄가 큰 폭으로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기윤 의원 측은 지난 200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를 조사한 결과, 강간죄로 검거된 의사가 354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원협회는 보도자료에 심각한 오류가 곳곳에 존재한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원협회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검거가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검거는 범죄자의 확률이 높은 용의자에 대한 행정적 조치로, 검거 자체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에도 마치 유죄를 의미하는 것인 양 호도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는 것이다.
이어 의원협회는 “검거된 의사들이 실제로 유죄로 확정되는 것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인 특성상 불가피한 신체적 접촉을 환자가 오해할 경우, 검경에서 검거될 가능성이 다른 직군보다 높을 수 있지만,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이러한 오해가 풀리는 경우가 많아 단순 검거 횟수만으로 직군들의 성범죄를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가 있다는 것.
두 번째로 의원협회는 강기윤 의원 측이 진찰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빈번한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은 필수적으로 환자의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군인데도 신체적 접촉이 없는 다른 직군과 단순 비교해 비도덕적인 직군인 양 호도했다는 것이다.
강기윤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다른 직군들은 2011년 대비 2012년 성범죄가 감소하거나 비슷한 반면, 의료인들의 성범죄는 증가했다. 이는 강 의원이 의료인들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비난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의원협회는 그 이유가 “지난해 8월 2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때문”이라며 강기윤 의원 측이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인에 대한 가벼운 성추행만으로도 10년 동안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하여 성범죄 검거 횟수가 증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성범죄 특성상 가해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범죄조건이 성립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의원협회는 “물론 본 회는 파렴치한 성범죄 행위자를 보호하거나 변론할 의도는 추호도 없으며, 그들에 대한 강력한 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잘못된 법안에 의해 선량한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고 선량한 피해자 역시 의료인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10년 취업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강기윤 의원의 보도자료로 인해 “사실관계 확인 이전에 의료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국민들에게 심어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지고, 더 나아가 의사의 행위 하나하나가 성적 행위로 의심받거나 법적 판단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로 인해 의료인들은 필수적인 의료행위라도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자칫 강기윤 의원의 보도자료가 최근 ‘의사 나쁜놈 만들기’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며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중으로부터 주목 받기 쉬운 직역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자료를 내는 행태 또한 지양돼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