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톱스타’의 힘으로!”

“다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톱스타’의 힘으로!”

기사승인 2013-11-18 10:19:00

아웃도어 CF는 별들의 전쟁터… 브랜드 콘셉트·기술력 없이 스타 이미지와 인기에만 기대

[쿠키 생활] #공효진, 이연희가 설산에서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며 “우리의 겨울은 밖에 있다”고 말하고, 바이크를 멋지게 타던 현빈은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라고 속삭인다. 하정우와 문채원은 설산을 함께 오르며 “진실이 오른다”고 외친다.

가을부터 TV를 틀면 국내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설산에서, 혹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추위 속에서도 두툼한 다운재킷 하나를 걸친 톱스타들이 꽃미소를 날린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올해 생산된 다운재킷 물량은 무려 1000만 장. 국민 5명 당 1명꼴로 다운재킷을 새로 사 입어야 할 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한 해 매출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다운재킷 판매량”이라며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고 표현할 만큼 레드오션이지만 아웃도어 업계에선 고가의 다운재킷 말고는 매출을 극대화할만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운재킷 판촉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또한 최근 몇 년간 겨울 추위가 길어지고 혹독해지면서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다운재킷을 선호하게 됐고, 아웃도어 의류가 일상복의 범주에 포함되면서 소비자들의 머리 속엔 어느새 ‘겨울 아우터=아웃도어 브랜드 다운재킷’이란 인식이 자리 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웃도어 업체들은 저마다 톱스타를 내세워 TV 광고를 도배하다시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몇 년 간 다운재킷을 만들면서 노하우가 축적된 데다 충전재로 최고급 다운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면서 브랜드마다 제품 성능의 차이가 미미해졌다. 또 다운재킷의 특성상 디자인에서의 차별화를 꾀하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스타의 이미지에 기대는 방식의 마케팅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등골브레이크’ 논란을 겪었던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연예인을 배제하고 ‘다시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라는 타이틀로 인간의 탐험과 도전 정신을 강조한 CF를 선보이며 스타 마케팅을 자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홍보대사’라는 타이틀로 공효진, 이연희, 송중기를 화보 모델로 활용해 스타마케팅을 전개해 왔고 올해부터는 CF를 통해 이들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K2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마케팅을 접고 브랜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제품에 주력한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했지만 6개월 만에 현빈을 다시 기용해 업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인기 있는 톱스타를 기용해 CF를 찍고 TV 광고로 얼마나 자주 나오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보니 그로 인해 상승된 마케팅비는 제품의 가격을 높이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콘셉트에 대한 고민 없이 제품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보다 손쉽게 스타마케팅에 의존해 매출이 높은 고가의 제품만 붕어빵 찍듯이 찍어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웃도어 업체의 측면에서도 톱스타 모델 기용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과도한 광고비 지출로 제품 가격이 상승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형성되고 종래에는 이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

또 브랜드와 모델의 이미지 매칭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톱스타만 내세워 광고를 하는 것은 장기간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의 철학이나 품질을 떠올리기보다 모델로 내세운 톱스타의 얼굴이나 이미지만 기억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게다가 해당 모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해서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되면 브랜드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 와일드로즈는 지난해 광고 모델로 계약을 맺었던 티아라가 같은 해 7월 멤버들 사이에서 ‘왕따설’이 불거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이로 인해 브랜드 역시 이미지가 손상됐다.

한 산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톱스타가 아웃도어 광고를 하는 곳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R&D에 투자할 비용을 다 긁어모아 광고에 때려 붓고 있다”며 “소위 리딩 브랜드들이 제품 기술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단가를 낮춰 전 국민이 안전하게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들이 오히려 더 최고 톱스타를 고용해 고가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
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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