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날씨, 체력 저하 등 불리한 조건에서 치르는 해외 경기에서 러시아 같은 강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러시아의 평가전. 한국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동점골과 역전골을 허용해 1대 2로 졌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3연승에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달 15일 말리전에서 3대 1로 이겼고, 지난 15일엔 스위스전에선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이후 3승3무4패를 기록했다.
올해 마지막 평가전에서 패배를 맛본 ‘홍명보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해 내년 1월 3주간의 일정으로 브라질과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이날 김신욱은 스위스전에 이어 또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했다. 왼쪽 측면에는 손흥민이, 오른쪽 측면엔 이청용이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이근호가 낙점됐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박종우가 짝을 이뤘다. 좌·우 풀백 자리엔 지난 3경기에서 연속 출장한 김진수, 이용 대신 박주호, 신광훈이 섰다. 김영권, 홍정호는 다시 중앙수비수로 출장했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지난 스위스전 선발 라인업과 비교해 보면 5명이 바뀌었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선발 명단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FIFA 랭킹 19위)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F조 1위(7승1무2패)로 본선행 직행 티켓을 따낸 강팀이다. 예선 10경기에서 20득점에 5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수비가 탄탄한 러시아를 상대로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이 올린 공을 손흥민이 문전에서 헤딩슛을 했다. 문전 정면에 있던 김신욱은 러시아 선수가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틈을 타 오른발로 차 넣어 그물을 흔들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후반 12분 한국은 소몰로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시로코프와 파이즐린이 2대 1 패스로 페널티지역 오른쪽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고, 시로코프가 땅볼 크로스를 찔러 주자 소몰로프가 골로 연결했다.
그러나 한국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김신욱의 헤딩 패스에 이은 이근호의 슈팅과 기성용의 중거리 슈팅으로 잇따라 러시아의 골문을 두드렸다. 러시아 수비수들이 당황할 정도로 공격 루트가 다양했다. 한국 선수들은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파울로 러시아의 공격 흐름을 끊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1-1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공·수 라인을 끌어올렸다. 추가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그러나 후반 13분 이청용이 빠지고 김보경을 들어오자마자 한국은 한 골을 더 잃었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타라소프에게 헤딩슛을 허용한 것.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아쉬웠다. 홍 감독은 후반 20분 체력이 떨어진 기성용을 빼고 FC서울의 고명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진 한국 선수들은 집중력마저 떨어졌다. 당연히 짜임새 있는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홈에서 치렀던 스위스전과는 경기 양상이 달랐다. 몸놀림이 둔해진 한국 선수들은 후반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