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정착을 통해 경제활동 참여 여성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전업주부를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 부총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간담회를 열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어찌 보면 여성 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일·가정, 일·학업 양립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경력단절 여성 등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한 운송 서비스 전문회사를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취지였다.
현 부총리는 이어 “동네에 남아있는 아줌마를 줄여 ‘동남아’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며 “(여성들이) 동남아보다 직장을 다니며 자기 경력을 쌓고 보람을 느끼는 경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남아’라는 표현이 일부 남성들이 사석에서 전업주부와 경력단절여성을 비하하고 심지어 성적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의미로 쓴다는 점이다. 아무리 여성 일자리 확충을 독려한다는 자리일지라도 일국의 부총리가 집에서 묵묵히 가사일을 치르고 있는 전업주부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공식 석상에서 사용한 것은 부주의했다는 지적이다.
서울 등촌동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씨(40)는 “전업주부도 아이 교육, 가사 등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며 “마치 일하는 여성만 우리 사회에 쓸모있고 전업주부는 빈둥빈둥 논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에서도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아이디 ‘gada…’는 “동남아들이 집에서 노는것처럼 보이나? 당신 마누라는 동남아 아니냐?”고 했고 ‘용봉님’은 “창조경제는 여성 알바(아르바이트)자리 창출?”이라고 비꼬았다.
이유야 어찌됐건 동남아라는 단어를 비하용어로 씀으로써 동남아 국가 전체에 안좋은 이미지를 덧붙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김용진 대변인은 “용어사용이나 표현에 주의를 해야한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겠다”면서도 “부총리의 표현은 전업주부를 비하하거나 동남아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2002년 5월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 대조동 동명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일일교사로 강의하면서 참석 여고생들을 가르켜 “빠순이 부대…”라고 지칭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고세욱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