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총정치국장은 앞으로 견제세력 없는 2인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추진하던 과감한 경제개혁이 아닌 ‘핵무력·경제발전 병진’ 노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그가 전면에 나서면서 북한은 이제 다시 선군(先軍) 정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선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군부 인사를 총괄 담당한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이영길 총참모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등 군부 핵심세력은 최 총정치국장이 앉힌 소장파들이다. 이들은 장 부위원장이 이른바 선당(先黨) 노선을 중시하면서 경제개혁에 중점을 두는 행보에 반감을 가졌던 인물들이다.
확실한 것은 최 총정치국장이 앞으로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김일성 주석 등 이른바 ‘백두산혈통’ 다음으로 대우받는 ‘항일빨치산’ 혁명가계 출신이다. 중국에서 김 주석과 인연을 맺은 아버지 최현은 1970년대 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가 특별한 군 경력이 없음에도 군부 1인자로 등극한 것은 아버지의 후광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이어지는 충성심 때문이었다.
김 제1위원장이 유일하게 자신의 특사로 파견한 인물도 최 총정치국장이다. 그는 지난 5월 군복 차림으로 베이징을 활보하면서 중국 최고지도부 인사들을 만났다. 인민복을 입고 만난 인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유일하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4일 “최 총정치국장은 과거 부친 최현과 조명록 전 총정치국장처럼 김 제1위원장과 노동당에 대한 군부의 충성을 이끌어내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 인민군에서 원수 다음 계급인 차수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국방위원회 위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도 모두 꿰차고 있다. 노동당 충원조직인 청년동맹에서 12년간 위원장, 1비서직을 맡아 당 내에도 측근그룹이 많이 포진해 있다. 사실상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