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통령은 이번 동북아시아 3국 순방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2박3일의 일정을 소화한다.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한·미 관계 등을 두루 고려한 일정으로 보인다. 또 순방 중 처음으로 연세대에서 하게 될 정책 연설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정리된 입장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로 최근 동북아 안보질서를 요동치게 만든 중·일 양국을 거쳐 온 만큼 바이든 부통령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들 문제에 대한 자국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한·일 관계까지 더해 우리 정부가 직면한 3대 외교 현안에 대한 미국의 기조는 물론 중국, 일본의 입장 역시 직·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양국 관계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두 나라 관계 개선이 중요하고, 이는 동북아 평화는 물론 한·미·일 3각 공조에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바이든 부통령의 동북아 순방에 앞서 그가 이번 순방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한·일 간 긴밀한 협력과 관계개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만큼은 바이든 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둘러싼 협력을 독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문제는 이미 한·미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고 중국, 일본과 확실한 합의 또는 의견 접근이 없었던 만큼 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리 정부에 적극 지지 또는 자제 요청 등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시하긴 했지만 당초 예상됐던 강경한 어조는 아니었다. 주요 의제 역시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에서도 위기관리체계를 언급하면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우군의 든든한 지원을 기대했던 일본으로선 실망스러웠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기간 중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사안에까지 해결책을 내놓거나 이해를 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평화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수준의 언급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선 원론 수준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향후 미·일 간 논의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반영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아직 미·일 간에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