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고려대학교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이 전국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교와 해외까지 번지고 있다.
전북 군산여고 학내 게시판에는 16일 ‘고등학교 선배님들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대자보를 작성한 채자은(1학년)양은 “저는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도 안녕했고 그것이 직무 중 개인 일탈이며 그 수가 천만 건이라는 소식이 들릴 때도 전 안녕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바로 앞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시국 미사가 일어났을 때도 또 철도 민영화에 반대해 철도파업이 일어났어도 전 안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고등학생이니까요”라고 담담하게 적었다.
하지만 이어진 문장은 호소력이 아주 짙었다. 그는 “3.1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이 행동이 훗날 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칩니다. 꼭 바꿔야 한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로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채양은 마지막으로 “쓸쓸한 찬 바람만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선배님,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군산여고에는 이날 비슷한 내용이 담긴 A4 용지 6∼7장이 교내 곳곳에서 발견됐다. 학교 측은 “이들 종이들은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게시물이기에 바로 수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군산여고뿐 아니라 경남 진주여고, 성남 효성고등학교에도 대자보가 나붙었고 전국 대학가 곳곳에서도 바람이 이어졌다.
자신을 전북대학교 영어교육학과 08학번이라고 밝힌 김민우씨는 ‘전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는 대자보를 대학 정문 앞 바닥에 붙였다.
이 대자보에는 “지금의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의 상호 비판을 인정하기는커녕 진보를 ‘빨갱이’, ‘좌빨’, ‘종북’이라는 위험한 색깔적인 단어로 아무렇지 않게 매도하는 나라”라고 적었다.
이어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진정 취업만 한다면 안녕해 질까요. 저는 사범대생입니다. 장차 교사가 된다면 나라에서 주는 월급을 받겠지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우 여러분들이 나라에서 주는 월급을 받는 직업을 희망하고 계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끄러운 나라 현실이 계속된다면 저는 그 돈을 받기 창피할 것 같습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고려대에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이화여대, 전북대, 부경대, 강원대, 경상대, 대구대 등 국내 대학가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 미국 UC버클리 캠퍼스에도 대자보가 붙고 있다.
군산=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