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이 제도의 실행으로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 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정부가 육아휴직 사용 대상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률, 육아휴직 미사용 사유 등 대부분의 모성보호 제도와 관련된 통계가 없다.
정부는 2010년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통계청 등 5개 기관 합동으로 ‘일·가정 양립 관련 통계개발 및 개선 추진계획’을 국가통계위원회에 제출했다. 육아휴직 사용률 등 44개 항목의 통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계 부처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여성 고용률 제고와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가정 양립에 대한 통계는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깜깜이’ 상태로 일·가정 양립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입력되는 정보 없이 추진되다보니 정책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육아휴직 사용률을 10.3%로 추산했고 한국고용정보원은 고학력 경력단절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18.7%로 추산했다.
여성근로자 10명 중 8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 연구자는 “육아휴직 사용률은 15~20% 정도로 추정된다”며 “정책의 효과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평가지표인 통계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일종의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여성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인 결혼,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각종 지원제도를 검증할 통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