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 영업금지]성과급 못 받고 강제 휴가… 텔레마케터 3만2000여명 불똥

[TM 영업금지]성과급 못 받고 강제 휴가… 텔레마케터 3만2000여명 불똥

기사승인 2014-02-03 04:11:01

“혼자 버는데 두 달 동안 굶을 수는 없잖아요. 걸려도 어쩔 수 없어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대리점(GA) 소속 텔레마케터 김모(35·여)씨는 금융 당국의 텔레마케팅(TM)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인터넷전화로 보험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 오프라인 조직으로 넘겨 TM을 통한 판매가 아닌 것처럼 하는 방식이다.

실직해서 벌이가 없는 남편을 대신해 자녀들을 건사해야 하는 김씨로서는 이런 ‘몰래 TM’을 계속하다 적발돼 불이익을 받게 되더라도 지금 일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텔레마케터들이 죄인 취급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이번 TM 제한 조치로 밥줄까지 끊기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17일부터 영업정지되는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소속 텔레마케터들은 내달 말까지의 TM 영업 제한에 이은 추가 제재를 당하는 것이어서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무조건 틀어막고 보자는 무책임한 규제”=대다수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이번 카드 사태는 수만명의 텔레마케터들에게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2일 취업포털 사람인 등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에 소속된 텔레마케터는 3만2000여명이며, 그 가운데 상당수가 다음달 말까지 보험·카드 신규 모집을 금지당한 아웃바운드(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영업) 인력이다. 여기에 GA 소속 설계사와 홈쇼핑 등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텔레마케터까지 포함하면 TM 제한 조치에 영향받는 인력은 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난달 말부터 강제 휴가나 교육에 들어갔다. 다음달까지 TM 영업 금지 조치가 내려진 뒤 일부 금융사에서 텔레마케터 해고 움직임이 나타나자 당국이 고용 유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TM 영업을 금지시키면서 관련 인력을 해고하지 말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 업계에선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틀어막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규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카드 3사를 통해 유출된 고객정보가 시중에 유통되는 ‘2차 피해’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도 있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를 정부 발표대로 잘 틀어막았다면 굳이 모든 금융사의 TM을 금지시킬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또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사용한다고 간주한 이번 조치는 텔레마케터들을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번 사태에 연루되지 않은 카드사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정당한 루트를 통해 일해 온 텔레마케터들이 희생양이 돼 분통이 터진다”며 “여태껏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팔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 업계에 종사해왔는데 그런 신념이 무너지고 일 자체에 회의가 생긴다”고 말했다.

◇생계 막막해진 텔레마케터들, 집단행동 움직임=텔레마케터들의 고용을 유지한다 해도 이들은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TM을 제대로 못하면 생계유지가 어렵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텔레마케터의 70∼80%는 40세 미만에 고졸이나 전문대졸 학력자이며 월평균 100만원대 박봉에 시달린다. GA 업계 관계자는 “해고하지 않아도 텔레마케터가 일을 하지 않으면 성과급을 못 받아 생계유지가 어렵다”며 “회사로서도 일하지 않는 직원에게 기본급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텔레마케터 신규 채용도 전면 중단됐다. TM 관련 인터넷 카페 한 회원은 “보험 아웃바운드 TM으로 합격했는데 회사에서 ‘상황이 좋아지면 연락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답답해했다.

당국의 조치에 분노한 TM 업계에선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텔레마케터 1만명은 오는 6일 오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한국컨택센터협회(TM 업계 단체) 주최로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TM 제한이 음성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1·2금융권 대출상담사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사금융 쪽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출상담사는 “대출상담사는 기본급이 없고 대출 성사 건당 수수료만 받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해) 사금융 시장으로 가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속보유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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