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니치신문은 5일 NHK 경영위원인 하세가와 미치코(67·여) 사이타마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일왕을 신격화하는 글을 썼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세가와 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모임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글에서 20년 전 우익정당 ‘바람회’ 소속 노무라 슈스케씨의 자살을 추모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죽음으로 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않는 자들의 눈앞에서 노무라씨는 신에게 죽음을 바쳤다”고 적었다. 이어 “(그의 자살로) 우리나라의 폐하(일왕)는 다시 ‘현어신(現御神·현세에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덧붙였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근간이 된 일왕 신격화 논리를 공공연히 주장한 셈이다.
노무라씨는 1993년 10월 20일 자신이 이끌던 바람회를 야유하는 내용의 ‘주간 아사히’ 삽화에 불만을 품고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를 항의방문, 신문사 고위인사들과 면담하던 중 “천왕 번영”이란 말을 세 번 외치고 권총으로 자살했다. 이후 극우인사들의 우상이 됐다.
이밖에 또 다른 NHK 경영위원인 작가 햐쿠타 나오키씨는 지난 3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타모가미 토시오 전 항공막료장의 지원연설을 하면서 “난징(南京) 대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세가와 교수와 햐쿠타씨는 지난해 11월 아베 총리의 임명으로 NHK 신임 경영위원으로 선임됐다. 둘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선 때 아베 총리를 지지했다. 아베 총리가 임명한 또 다른 신임 경영위원인 나카지마 나오마사씨, 혼다 가쓰히코씨도 아베 총리의 자문역으로 통하는 인물이어서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NHK 경영위는 예산의결, 회장 임명·파면 등의 권한을 가진 NHK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12명의 위원(임기 3년)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문제 있는 인사들이 문제 있는 회장을 뽑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경영위원들이 뽑은 모미이 가쓰토 NHK 신임 회장은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쟁지역에는 어디나 위안부가 있었다”고 망언해 빈축을 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