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화끈했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쉽습니다. 개그맨 윤형빈(34)이 종합격투기 로드FC에서 일본의 파이터 타카야 쓰쿠다(22)를 제압하고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여론은 열광만 하지 않았습니다. 한일전과 복수전 등 흥행카드를 과하게 앞세웠다는 냉소 여론이 불거진 겁니다. 승리의 여운을 만끽해야 할 윤형빈도 지금쯤 예상치 못한 여론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겁니다.
윤형빈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14회 로드FC 라이트급 5경기에서 타카야를 상대로 1라운드 테크니컬녹아웃(TKO) 승을 거뒀습니다.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였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을 몸으로 증명한 경기였죠. 단단하게 다진 몸으로 링 위에 오른 윤형빈은 경기시작 4분19초 만에 안면을 정확하게 강타한 라이트 훅으로 타카야를 쓰러뜨렸습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실전 경험을 더 많이 한 12살 아래 파이터를 상대로 판정승이 아닌 TKO승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그게 데뷔전이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은 열광했습니다.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윤형빈 관련 키워드로 요동쳤습니다. 동료 개그우먼이자 아내인 정경미(34)씨의 이름까지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습니다. 케이블채널 슈퍼액션은 윤형빈의 경기를 중계하고 시청률 7.1%(닐슨코리아 기준)를 확보하는 ‘대박’을 터뜨렸죠. 로드FC 중계방송 사상 최고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감동은 하루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경기의 몰입도를 높인 흥행카드 가운데 일부가 민족감정을 앞세운 과장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의 냉소를 낳은 겁니다. 윤형빈과 대결을 확정한 뒤 “한국의 개그맨 따위에게 지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도발한 타카야는 경기 하루 전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사랑해요, 한국”을 외쳤습니다. 윤형빈에게 패배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응원한 국내 팬들에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죠. 타카야에게는 처음부터 한국에 대한 반감은 없었습니다. 타카야가 도발한 상대는 한국인이 아니라 파이터로 데뷔를 시도한 개그맨이었던 겁니다.
윤형빈의 파이터 데뷔 결심도 의문을 낳습니다. 윤형빈은 우리의 여성 파이터 임수정(29)이 2011년 7월 일본 TBS방송에 출연해 남성 개그맨 3명과의 성(性)대결에서 전치 8주의 부상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파이터 데뷔를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임수정은 승리한 윤형빈에게 환호를 보내기는커녕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죠. 심지어 3년 전 불쾌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쯤 되니 인터넷에서는 “타카야가 어째서 한국의 적이 된 것인가”라거나 “윤형빈이 누구를 위해 복수한 것인가”라는 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답을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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