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는 재정난을 견디다 못해 1300억 호주달러(약 125조원)어치의 공공자산 매각에 나섰다. 경제 적신호는 지난해 취임한 토니 애벗 총리에게 시험대가 되고 있다. 빌 쇼튼 노동당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애벗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9월 이후 총 6만개의 풀타임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애벗 총리의 경제 대책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공격했다.
호주 통계청은 전날 1월 실업률이 6.0%로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라고 발표했다.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라간 수치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9%마저 웃돌았다. 1월 고용자수도 전월보다 3700명 감소하면서 1만5000명이 증가했을 거라던 시장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실업률은 몇 년 전부터 증가세다. 석탄, 철광석 등 풍부한 광물 수출로 20년 가까이 호황을 누려오다 전 세계 광물자원 수요가 점차 줄면서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최대 ‘밥줄’인 중국의 경제가 둔화면서 호주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석탄,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며 호주의 자원부문 기업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런 광산 붐 종료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 2011년 말 이후 8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지난해 8월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연 2.5%로 내린 뒤 이달까지 계속 동결했다. 나름대로 제조업과 소비자 심리를 되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호주 통계청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성장률이 4%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수준이다.
호주에서 80년간 자동차를 생산해온 도요타, 포드,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생산 공장 철수를 선언한 것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들 외국자동차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호주달러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생산비 상승으로 더 이상 호주에서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2017년까지 공장 철수가 마무리되면 약 210억 호주달러(약 20조2500억원)에 이르는 산업이 사라져 5만여 명의 실직자가 예상된다고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망했다.
현재로선 대내외 악재만 줄줄이 잇따르는 형국인 것. 호주 정부는 급기야 경기 부양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공공자산 매각에 나섰다. 조 하키 호주 재무장관은 10일 정부 소유 보험회사에서 전력회사까지 이르는 1300억 호주달러 규모의 다양한 공공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벗 총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매각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기간시설 프로젝트에 투입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주는 경제 둔화 여파로 6월까지 이번 회계연도에만 470억 호주달러의 세수부터 메워야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차제에 광산업 의존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한다”고 지적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카트리나 엘 애널리스트는 “산업계가 호주 경제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광산업 비중을 줄이고 정보기술(IT)과 금융업을 키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