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빠진 은행권… 정기예금 줄고, 예대마진 바닥 기고

내우외환에 빠진 은행권… 정기예금 줄고, 예대마진 바닥 기고

기사승인 2014-02-16 20:23:00
[쿠키 경제] 은행권이 대내외적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 정기예금이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은행 수익성을 좌우하는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신흥국 금융 불안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국내 은행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정기예금은 558조8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8084억원(2.9%) 줄었다고 16일 밝혔다. 정기예금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5년 이후 8년 만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정기예금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의 감소에 따라 저축성예금(정기예금·정기적금 등)과 요구불예금을 합친 총예금도 1009조6854억원으로 2012년보다 2.0%(19조412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7년(0.1%)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저축성예금은 898조2795억원으로 1.0%(8조9389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은행이 조달자금으로 쓰기 어려운 요구불예금은 111조4059억원으로 10.4%(10조4734억원)나 늘었다.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증가가 두드러진 것에서 시중자금이 갈 곳을 못 찾고 부동(浮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은행의 경영 여건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예대금리차(예대마진)의 추세적 하락도 은행의 이익 창출을 저해하고 있다. 2011년 6월 잔액 기준으로 3.01% 포인트에 달하던 예대마진은 지난해 말 2.53% 포인트로 떨어졌다. 국내은행은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예대마진의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87%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98%)보다도 낮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시장금리가 오르더라도 예대마진이 확대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영향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되지만, 은행의 수신기반 위축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이 대출금리 상승효과를 상당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은행의 수신기반은 정기예금 감소로 인해 위축되고 있다.

권 연구원은 “은행들은 중장기적으로 수수료 기반 업무를 늘리는 등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흥국 금융 불안에 대한 국내 은행권의 체계적인 대응도 요구된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신흥국 금리 상승 등 대외여건의 변화는 은행권의 자금조달이나 자산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기업여신 신용위험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나가고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 안정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개선 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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