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무너진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뒤늦게 일으켜 세운 ‘영웅’은 여고생 심석희(17·세화여고)였다.
심석희는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조해리(28)와 박승희(22), 김아랑(19)에 이어 마지막 주자로 출전, 중국과 캐나다,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과 선두권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 한국은 세 바퀴를 남기고 2위로 쳐졌지만 마지막 주자인 심석희는 결승선을 반 바퀴 남기고 아웃코스를 파고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심석희의 결단력과 대범함이 빛을 발한 레이스였다.
심석희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노골드’로 수모를 당한 여자 쇼트트랙에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다. 오륜중 재학생 시절인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유스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2관왕(500m·1000m)을 달성한 심석희는 시니어로 데뷔한 2012~2013시즌에도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1500m 부문을 6개 대회 연속 제패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세화여고에 입학한 2013~2014시즌에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에서 3관왕, 2차 대회에서 2관왕,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3차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과거 전이경(38), 진선유(26)의 계보를 이어 대표팀의 ‘에이스 여고생’으로 성장했다.
심석희는 지난 15일 주력종목인 1500m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으나 사흘 만에 열린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한때 쇼트트랙의 절대 강자였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통합 ‘노골드’의 위기에 놓였으나 심석희의 역전 드라마가 일궈낸 첫 번째 금메달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