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김연아(24)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내려놓는 선수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누구였을까요. 아마 팬일 겁니다. 스스로에게 ‘승냥이’라는 별명을 붙인 바로 그들이죠.
2007년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승냥이’는 김연아가 주니어에서 시니어를 거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성장하는 궤적을 함께 그린 후원자이자 동반자입니다.
승냥이의 팬 문화는 아주 독특합니다. 스포츠팬인데 아이돌 팬과 닮았죠. 경기 모습을 즐기면서 분석까지 해내는 스포츠팬과 스타에게 열광하면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아이돌 팬의 특징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음악의 선율과 우아한 동작을 스케이팅 기술과 함께 평가하는 피겨스케이팅의 예술성과 오락성이 독특한 팬 문화를 만든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일부 승냥이 회원은 가끔 극단적이고 배타적으로 돌변합니다. 아이돌의 극성팬들처럼 말이죠. 지난달 29일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20)의 매니지먼트사가 손연재를 홍보하기 위해 김연아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비방글을 올렸다가 검찰에 기소된 네티즌은 ‘과격한 승냥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2009년 8월에는 아이스쇼를 앞두고 동반 출연을 예고한 여성그룹 ‘다비치’가 김연아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냥이의 집단 항의를 받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이에 놀란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55)씨가 “다시는 아이스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승냥이의 사과를 받고 뒤늦게 입장을 철회했죠. 2010년 6월에는 아사다 마오(24)와 안도 미키(27) 등 일본선수들이 국내 카드회사 주최 아이스쇼에 초청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이콧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고 국제대회 출전을 줄인 지난 4년간 점차적으로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서 승냥이와 다른 네티즌의 대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네티즌의 조롱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지만 김연아의 주변에서 사소한 논란이 생기면 전후관계를 가리기 전에 동료선수부터 후원사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벌어진 다툼도 적지 않습니다. 승냥이를 중심으로 벌어진 말다툼은 “김연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김연아를 좇는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시끄러운 논란을 오롯이 떠안는 사람은 결국 김연아죠.
물론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졌지만 승냥이에게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김연아는 국가대표이기에 앞서 한 명의 피겨스케이팅 선수입니다. 우상이 아니죠.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고 나면 태극마크 무게도 벗게 됩니다. ‘최고의 선수’에게 보내는 갈채와 함께 앞으로 김연아가 펼칠 더 큰 활약을 격려하는 성숙함을 기대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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