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국립축산과학원… AI 발병에 다시 살처분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국립축산과학원… AI 발병에 다시 살처분

기사승인 2014-03-03 19:51:00
[쿠키 경제] 축산 유전자원을 보존하는 국립 축산연구기관에서 사육 중인 오리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사육 중인 닭·오리 모두를 살처분하는 등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2011년 구제역 사태 당시에도 축산과학원은 구제역 바이러스에 노출돼 기르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등 홍역을 치렀지만 또다시 방역망이 뚫리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도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남 천안 소재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시설에서 사육하던 오리의 폐사체를 검사한 결과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축산과학원은 지난 2일 오리 폐사체가 발견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발견된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지는 4일쯤 밝혀질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예방 차원에서 천안 축산과학원에서 사육 중인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축산과학원은 토종닭과 토종오리, 바이오신약 생산을 위한 형질전환 닭 등 주요 축산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은 AI 전염을 막기 위해 사태 초기인 지난 1월17일부터 가금 시설 종사자의 외부 출입을 금지했고, 같은 달 25일부터는 모든 직원들을 원내에서 숙식하도록 하는 고강도 처방을 내렸다. 하루 3회 축사 내·외부를 소독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료 등 모든 물품과 차량을 철저히 소독했다. 그럼에도 AI 발병을 막는 데 실패한 것이다.

정부는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의 씨오리 농장이 AI 확진 판정을 받은 것에 주목하고 연관성을 추적하고 있다. 정부는 AI 바이러스는 공기를 타고 전파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철새의 분변 또는 직접 접촉으로 인한 전파 또는 외부 인원·차량·물품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된 수평이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든 국립 축산연구시설에서 가축전염병 사태가 재발했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구제역 사태에 이어 또다시 정부 시설이 뚫리면서 개별 농가에 차단 방역을 철저히 해달라던 정부의 요구가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한 축산 관계자는 “정부 시설에서도 막지 못하는 가축전염병을 무슨 수로 개별 농가가 막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다만 축산과학원은 이번 발병 직전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닭·오리·종란 등을 강원도 대관령 등지로 분산하는 작업을 마쳐 연구가 중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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