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척추에 핀 박고, 인대 뜯어내고… 수십억대 산재보험금 가로챈 보험사기단

멀쩡한 척추에 핀 박고, 인대 뜯어내고… 수십억대 산재보험금 가로챈 보험사기단

기사승인 2014-03-04 22:13:00
[쿠키 사회] 멀쩡한 척추에 고정핀을 박고 정상 인대 대신 인조 인대를 이식해가며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내온 보험사기단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미고 병원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네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산재·상해보험금 67억원을 부당하게 받아낸 혐의(사기 등)로 보험사기 브로커 김모(51)씨와 병원장 권모(47)씨 등 40명을 구속하고 부정수급자 이모(53)씨 등 1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브로커 김씨와 병원 사무장 엄모(55)씨, 전 근로복지공단 직원 김모(59)씨 등 3명이 사기단의 핵심이었다.

브로커 김씨는 산재 사고로 보험금을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산재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지인들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지급 절차가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6년간이나 범행을 계속했다. 한 사람당 최고 3억원까지 보험금을 받아 챙겼고, 최고 25개나 상해보험에 가입해 보험금 수령액을 극대화했다.

이들은 잣 채취, 특수 페인트 작업 등 고임금 사업장의 업주 10명과 공모해 가짜 근로계약서와 임금지불대장을 작성했다. 작업 도중 부상을 입었다고 조작한 뒤 서울 영등포구의 병원 2곳에 나눠 입원시켰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일당의 73%까지 보상받을 수 있어 일부러 일당이 많은 사업장을 택해 사고를 꾸몄다. 실제론 이런 사업장에서 한 번도 일한 적이 없었다. 공단의 현장 조사에 대비해 미리 사업장 견학을 하기도 했다.

병원장 권씨는 환자의 MRI(자기공명영상) 사진을 바꿔치기 하는 등의 수법으로 거짓 진단서를 발급했다. 특히 척추에 이상이 없는 가짜 환자에게 척추 고정핀 시술을 하거나 정상 인대를 제거하고 인조 인대를 이식하는 등 23명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해줘 보험금을 타내도록 도왔다.

경찰은 이 사건과 별도로 김씨를 통해 장애진단서를 위조한 뒤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는 100명도 확인했다. 이들의 장애인 등록을 모두 취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 단일사건 중 최다인원을 구속한 사건”이라며 “브로커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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