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관상동맥질환 위험 요소로 공인

우울증, 관상동맥질환 위험 요소로 공인

기사승인 2014-03-14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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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 심혈관질환 예후 위해 선별 검사·관리 권고

[쿠키 건강] 미국심장협회(AHA)가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환자에서 우울증도 위험요인으로 관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예후에 관련된 위험요소로서의 우울증 : 통합적 검토 및 권고안'에서는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요인에는 흡연, 비만, 당뇨병, 신체활동저하, 혈중 지질이상 등이 있지만 우울증 역시 심혈관질환 예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AHA가 이를 공식적인 권고안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울증과 ACS 모두 유병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ACS는 매년 발병률과 재발률이 급증하는 추세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1조원이 넘어선 상태이고, 연간 전세계 인구의 약 5%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즉 두 질환을 동반했을 시 발생하는 비용과 삶의 질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 무게를 둔 것이다.

AHA 권고안은 ACS와 우울증 간의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강조했다. AHA 위원장 미국 워싱턴대학 Robert M. Carney 교수는 "이미 임상에서는 우울증이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 유병률을 증가시키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이번 발표가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우울증이 어디서 얼만큼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진행된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권고안은 2011년 7월 이전에 발행된 53개의 연구 논문을 토대로 제정됐다. 여기에는 남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 9개국에서 최소 100~21만745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심혈관질환의 사망률·발병률 간의 관계를 알아본 코호트 연구 32개, 총 5개 지역에서 222~1042명을 8개의 환자군으로 분류해 심혈관질환 사망률과 우울증 간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 12개, 우울증과 ACS 등 모든 심혈관질환 사망률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본 연구 22개가 포함됐다. 또한 관상동맥심질환(CHD)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4개를 메타분석한 자료도 함께 검토했다. 전반적으로는 심장마비 등 심혈관질환에 우울증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평가한 연구들에서는 ACS 환자 대상 코호트 연구 중 BDI-I 척도로 우울증을 평가한 4개의 연구 분석결과 BDI-I 점수가 10점 이상인 우울증 환자들이 10점 미만인 이들보다 입원율이 2년째 1.9배, 5년째 1.53배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우울증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평가한 연구들에서는 EPPI 코호트 연구가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일부 다른 연구들이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 않았지만, 심근경색 병력자 222명 중 DIS를 통해 우울증으로 진단된 이들은 심근경색 발생 6개월 후에 평가했을 때 비우울증 동반자들보다 심혈관 사망위험도가 5배가량 높았다.

심혈관 전체 사망률과 비치명적 사건율을 평가한 연구에서는 ESCAPE와 OACIS 코호트 연구가 근거로 제시됐다. 두 연구 모두 우울증과 관련된 하위분석 연구에 참가한 환자수는 적었지만, ACS 후 2개월째 우울증을 검진된 이들은 2년째 심장 예후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3년 이전에 발표된 3개의 메타분석 연구를 보면 우울증이 모든 질환의 유병률을 1.8~2.6배로 높혔고, 2011년도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심근경색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우울증을 동반한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2.3~2.7배, 종합적인 예후평가에서는 1.6배가 높았다.

Carney 교수는 "이번 권고안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면밀한 자료 검토를 통해 이뤄졌다"면서 "우울증 치료가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 등을 미리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토 대상 제한적, 추가 연구 필요

AHA는 우울증이 흡연, 불규칙한 생활습관, 치료의 지연 등과 함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생물학적 기전으로 불규칙한 심장박동 수와 신경계 시스템과 호르몬 사이에서의 기능장애가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더불어 우울증 증상에 따른 특수한 행동패턴이 생활요법, 약물치료 등에 대한 순응도,흡연, 음주, 사회적 고립이나 만성질환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단 검토 단계에서 다수의 한계점이 발견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권고안이 향후 심혈관질환 환자에서의 우울증 치료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연구 검토하는 과정에서 에이전시 보고서, 프로시딩 등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자료와 영어 논문 이외 다른 국가 자료 역시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부분의 영어 논문에서 장기적인 영향을 면밀히 연구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20여년에 걸쳐 이뤄진 장기추적연구를 검토했다는 점이 이점도 되고 있지만, 긴 시간동안 우울증과 ACS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이 변화됐고 우울증 치료에 따른 질환의 예후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됐다. 위원회는 "수년간 진행됐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오랜 시간동안 우울증과 ACS의 치료전략과 증상을 정의내리는 기준 역시 달라졌다. 전문의들은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워싱턴의대 Wayne Katon 교수도 "이번 권고안을 통해 우울증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임이 공식화 된 점은 의미가 깊지만, 우울증의 어떠한 요인이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울증 심할수록 발병 위험 높아, 인과관계·치료효과 연구 더 필요

권고안에서는 또 ACS, 심근경색, 불안정 협심증 환자 중 20%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우울증상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arney 교수는 이번 권고안이 기존의 연구들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Carney 교수팀이 1988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우울증과 심혈관질환 간 연관성에 대한 내용으로 "우울증상으로 심혈관질환의 발병 위험도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국 런던대학 Eric J Brunner 교수팀도 Whitehall II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 중증도에 따라 1·2기와 달리 3기 이상인 환자일수록 CHD 발생위험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Whitehall II 연구에서는 1985년부터 런던에 거주하는 1만308명을 대상으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했다. 대상군은 39~62세의 남녀로 67%가 남성 90%이상이 백인으로 구성됐고, 4~5년의 관찰 주기와 3~10년의 관찰주기로 총 24년동안 추적 관찰했다.

하위분석 연구는 우울증 증상을 알아보기 위한 General Health Questionnaire(GHQ-30)와 2003~2004년도에 작성된 우울증 자가진단표인 Center for Epidemiologic Studies Depression Scale(CES-D)를 토대로 이뤄졌다. GHQ-30 설문에 참가한 23%가 1년 주기로 우울증 증상을 겪었다고 했고, CES-D에는 15%가 우울증이 있다고 답했다.

책임 연구자 Brunner 교수는 "5년 주기로 수집한 자료를 보면, 만성 우울증이 CHD 누적발생률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면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 요소 가운데 우울증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봤을 때 우울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시에는 그만큼 심장마비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치료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2012년 미국 에모리의대팀은 과거 CHD로 진단 여성 59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79명에서 심혈관질환이 발생했고 이중 23명은 치명적인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우울증이 심혈관 질환 발생위험도에 미치는 인과관계와 명확한 치료효과를 제시한 연구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은 실정.

Carney 교수는 "체중이 줄거나 혈압이 떨어졌을 때 또는 금연을 시작했을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 역시 낮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는 다양하지만, 우울증을 치료했을때는 어떠한 영향을 주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라면서 "그럼에도 권고안 제작에 바탕이 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봤을때 우울증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입증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8년에도 AHA는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우울증 발생빈도가 높으며 이 경우 질환 재발율 등의 예후 악화를 높인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미라 기자 mr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mrpark@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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