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집권여당인 사회당(PS)의 안 이달고(54) 파리 부시장이 54.5%를 얻어 중도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쉬스코-모리제 전 교통환경장관(45.5%)을 물리치고 파리시장 당선이 확실시 된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달고의 라이벌인 코쉬스코-모리제 전 장관도 여성이었기에 누가 이기든 임기 6년의 파리시장이 여성이 될 거란 건 예상됐었다. 선거는 ‘서민의 딸 대 정치명문가 3세’의 대결로 주목받았다.
이달고는 1959년 스페인에서 태어나 2세 때인 61년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해온 이민가정 출신이다. 14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이달고는 이후 근로감독관으로 프랑스 공직사회에 진출한 뒤 90년대 마르탱 오브리(여) 전 노동장관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출세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어 베르트랑 들라노에 현 파리시장이 취임한 2001년부터 13년간 부시장을 역임했다. 2012년 당시 대선에서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달고에게 장관직을 제안했지만 파리부시장직을 유임하기로 하면서 ‘의리’를 지키는 정치인이란 평을 얻었다.
반면 코쉬스코-모리제 전 장관의 조부는 주미 프랑스대사였던 자케스 코쉬스코-모리제이고 아버지는 프랑수아 코쉬스코-모리제로 현 세브르시장이다. 정치적 자산을 무기로 삼는 한편 지방선거를 집권 사회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몰고 가면서 23일 1차 투표에서는 1% 포인트 차로 이달고를 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민중의 힘이 강했던 파리 시민은 이달고를 택했다. 이달고는 전기 오토바이 대여제 신설, 공공주택 건설 등 서민 공약으로 좌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코쉬스코-모리제는 서민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체에 파리시 무인자전거인 ‘벨리브’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지만 정작 자전거 앞 바구니엔 2700달러짜리 명품가방인 ‘보테가 베네타’가 담겨 있어 역풍을 맞았다.
하지만 이달고의 승전보만이 올랑드 대통령에게 위안이 됐다. 출구조사 결과 PS는 42%를 얻어 49%를 얻은 UMP에 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9%의 표를 획득해 72년 창당이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집권 2년차에 치러진 첫 전국단위 선거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AFP통신은 “올랑드 대통령에게 최악의 ‘블랙 선데이(Black Sunday)’였다”며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등이 패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