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문제 국장급 협의 개시

한·일 위안부 문제 국장급 협의 개시

기사승인 2014-04-16 19:37:01
[쿠키 정치]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가로막아온 최대 과거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 당국 간 협의가 16일 시작됐다. 한·일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를 단일 의제로 한 협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양국 간 공식협상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 확연히 달라 해결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장시간이 소요되는 게 불가피하다.

◇한·일 기본입장 확인,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양국 정부 대표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일본 외무성 동아시아·대양주국장은 오후 4시부터 늦게까지 외교부 청사에서 군 위안부 문제 관련 협의를 이어갔다.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국장은 현재 55명이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본이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과 그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하라 국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된 사안으로, 법적 책임과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 측은 법적 조치와는 별개로 인도적인 차원의 조치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협의에 앞서 “한 두 번의 만남으로 이 문제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정부는 협의 시작과 함께 이뤄지는 양측 대표의 모두발언은 물론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하라 국장도 취재진의 많은 질문에 일절 답변을 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정부 협의 자체에 의미, 해결 전망은 불투명=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관건은 과연 일본 정부가 얼마나 해결 의지를 갖고 전향적으로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일본이 취하고 있는 입장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실질적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일각에선 일본이 이른바 2012년 ‘사사에 안’ 수준의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사에 안’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012년 3월 방한 당시 제기한 뒤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진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이다. 이 안은 주한일본대사의 사과, 인도적 조치를 위한 자금 지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총리의 서한 발송 등의 내용이 담겨 한·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 타결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향후 협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시사하는 정도를 더한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편으론 당시 민주당 정권에 비해 한층 보수화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같은 수준의 카드를 또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일본 측은 올해 안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짓자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 2월 일본 정부 당국자가 한국의 당국자에게 ‘연내에 위안부 문제를 결론짓고 한·일 관계를 제 궤도에 다시 올리고 싶다’며 협력을 요청했고, 한국 측도 이해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 보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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